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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민관 합동 은퇴교육으로 장노년층 경제수명 늘려야[기고/주명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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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재선을 1년 앞두고 미국 노년층의 빈곤 문제를 대선 캠페인 주제로 삼고 고민했다. 집무실 메모장에 ‘노년 자원’ ‘빈곤’이라는 단어를 써 놨었다고 한다. 비극적 암살 이후 이 아이디어는 뒤를 이은 린든 존슨 대통령의 ‘Green Thumbs(원예·정원 가꾸기)’ 프로젝트로 구현되었다. 존슨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량의 노년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이 프로젝트는 2004년 초 대한은퇴자협회(KARP)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노년 일자리 개척의 노하우를 정부에 전한 ‘Experience Works(일자리 체험)’의 전신이기도 하다.

대한은퇴자협회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정부와 기업에 경종을 울리는 ‘배벌사(배우며 벌며 오래 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노년 인적 자원을 활용하고, 연령 포용으로 다세대가 함께 일하는 고령사회를 구축하자는 내용이다.

올해 말 한국은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기며 초고령사회로 들어선다. 인구 5분의 1이 넘는 1000만 명의 노년층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면을 변화시킬 것이다. 노인은 장수경제에서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 고령화뿐만 아니라 저출산 기조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1500만, 2000만 명으로 증가하는 ‘6070+’ 인구를 경제 주체로 등장시켜야 할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회 환경은 노년층에게 너그럽지 않다. 기업은 나이 든 세대에 대해 강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청년실업이 우선 심각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정부도 노년층 고용에 대해 이렇다 할 요구를 기업에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간당 100여 명씩 쏟아져 나오는 연륜과 경험으로 다져진 건강한 세대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대한은퇴자협회 자체 회원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년층 가운데 76%가 일하고자 하며,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청년층이 찾는 그런 대단한 일자리가 아닌 생활이 될 수 있는 생계형 일자리다.

요즘 60대 이상 노년층은 건강하다. 과거의 노인이 아니다. 높은 교육 수준을 갖춘 소비자이며 납세자로서 단연 장수경제의 주체다. 그동안 사회에 기여한 인재들일 뿐만 아니라 재취업을 위한 의지와 열정 및 남은 생에 대한 사회적 욕구 또한 높다.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은퇴 인력 재교육과 재직 근로자 퇴직 준비 교육이 필요하다. 대한은퇴자협회는 장년사관학교를 열어 2010년경부터 교육 과정을 실천해 왔다. 경험 공유 프로그램, 자기 계발 프로그램, 실무 교육 프로그램,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 등이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영속되지 못하고 개강과 폐강이 반복됐다.

정부와 기업이 팔을 걷고 나서 기존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장노년 직업 전환 교육으로 바꾸고, 퇴직 전후 준비 교육으로 6070+세대에게 고용의 길을 터줘야 한다. 또한 네댓 세대가 같이 일하는 연령 포용 직장 문화로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인력과 함께 일하고 경험을 나누며 오랫동안 경제 활동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이는 줄어드는 생산인구와 늘어나는 고령인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이다. 퇴직 후 사회 곳곳의 ‘인생간이역’에서 행선지를 못 찾고 있는 한국의 중노년층에게 배벌사 희망의 지표를 열어주고 고령화를 극복해 가는 정책 도입을 촉구한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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