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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뭐가 중한지’ 훈련하며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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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짧고도 짧은 여름방학이 벌써 끝자락을 보인다. 방학만 기다리며 이것저것 해야 할 것, 하고 싶었던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새 개학이다.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도 있고 손도 못 댄 것도 있어서 아쉽다.

우리 집 애들한테도 방학 시작 때 계획을 물어봤다. 큰애는 2학기 내신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며 과목별 계획을 세웠는데, 촘촘하게 해내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둘째는 좋아하는 웹툰 정주행하기, 일찍 안 일어나기, 온종일 밖에 안 나가고 자기 방에서 빈둥거리기 등 몇 가지를 세워 제법 만족스러운 성과를 낸 것 같다.

방학이 끝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는 달성하지 못한 목록을 점검하며 2학기 생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때다. 열심히 공부하든, 잘 놀든 자기한테 중요한 것을 찾아서 선택하고 경험하는 연습을 하도록 도와줘야 하는 시기이다. 특히 자기 관리가 어려운 사춘기 아이들한테는 이런 연습 경험이 중요하다.

예전에 학교 아이들과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함께해봤는데, 단순히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구체적인 게 그려지지 않더라도 계속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지?’ 등의 질문을 갖고 있게 하는 게 중요했다. 이 질문과 함께 ‘올해는’, ‘이번 학기는’, ‘이번 방학은 무엇을 해볼까?’에 초점을 맞춰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목록을 만들어보게 했다. 연습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핵심적인 활동 가운데 하나가 시간 관리다. 원칙은 ‘중요성’과 ‘긴급성’이다. ‘중요하면서도 긴급한 것’, ‘중요한데 긴급하지 않은 것’, ‘중요하지는 않은데 긴급한 것’,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중요하면서도 긴급한 것에는 ‘기말시험 전날 벼락치기’, ‘내일 있는 수행평가’, ‘치통 해결하러 병원 가기’ 등이 있다. 중요한데 긴급하지 않은 것에는 ‘평소 꾸준히 해오던 공부’, ‘독서’, ‘몇 주 뒤 예고된 수행평가 준비’, ‘키 크기를 위한 줄넘기’ 등. 중요하지는 않은데 긴급한 것에는 ‘친구한테서 온 카톡 메시지나 전화’ 등.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것에는 ‘시험 전날 텔레비전이나 웹툰 보기’ 등이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중요하면서도 긴급한 일이다. 이 일은 시간상으로 촉박한데 중요한 것이니 스트레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중요하면서도 긴급하지 않은 것을 일상에서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 일을 소홀히 하면 중요하면서도 긴급한 일로 전환된다.

삶에서 무엇에 가치와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중요도와 긴급도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매 순간 중요한 것만 하고 살 수도 없다. 효율적인 것 너머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의외의 재미와 변화를 가치 없다고 함부로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부모의 기준에 따라 중요성과 긴급성을 나누게 하기보다는 지금 아이가 자신의 큰 목표에 따라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함께 점검해주는 게 필요하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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