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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문 대통령, 침묵 깨고 ‘미국 말폭탄 자제’ 공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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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평화적 해결’ 정상회담 합의 재확인

미국 향해 “전쟁은 안된다” 메시지

이종석 “미국에도 자제 요구해야” 등

긴장 국면 ‘할말 못한다’ 비판 대응

8·15 메시지 앞서 밑자락깔기 성격도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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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은, 한껏 고조됐던 북-미 간 긴장이 완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틈을 타 미국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자제 요구를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대응 성격도 띠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설전’에서 비롯된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해 처음 입을 연 것은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였다. 지난 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북한군 전략군이 ‘괌 포위사격’ 발언으로 맞서며 사흘 내리 북-미 간 ‘말 폭탄’이 오가는 동안 청와대에서는 파고가 지나갈 때까지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1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한 뒤 “(양국이) 긴밀하고 투명하게 공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것이 북-미 긴장에 대한 직접적 발언으로는 유일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한국 정부가 긴장 고조의 한 축인 ‘동맹국’ 미국에는 할 말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 정부의 의미 있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며 “(정부는) 미국에도 엄중하게 자제를 요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북-미가 ‘비상식적인 막말’을 주고받는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아닌 외교·안보 쪽 참모가 총대를 멨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국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다”며 “(참모들이) 아무 말도 않는 게 상책이라는 접근이 가장 답답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며 “대한민국의 국익은 평화”라고 강하게 못박은 것은 이런 비판과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자제를 촉구하는 동시에 “한-미 동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라며 미국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6월 말 양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한 점을 거듭 상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이) 우리와 같은 기조로 냉정하고 책임있게 대응할 것이라 확신한다”는 말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과 만나서도 이런 기조에 공감대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조속히 나올 것”을 촉구했고, 던퍼드 의장도 “모두가 현 상황을 전쟁 없이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긴장 국면을 가라앉히려는 미 행정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전격적인 대북 메시지를 전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분위기를 다독이며 사전 정지 작업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다시금 ‘위협 중단’을 주문하며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를 전제해 남북 교류협력을 제시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미 간) 흥분상태가 정점에 있던 순간을 피해 지금 김이 빠졌으니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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