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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코너몰린 카이, 과거 4년 실적 자발적 정정공시…‘분식회계’의혹 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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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4년간 실적을 새로운 회계기준에 맞춰 다시 공개했다. 최근 불거진 분식회계 의혹을 떨쳐내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KAI는 14일 정정공시를 내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 매출이 10조2979억원으로, 기존에 발표한 10조3329억원보다 총 35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은 8864억원에서 9599억원으로 734억원 늘어났다. 이익이 과거 대비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도 1조4456억원으로 393억원 더 늘어났다.

중앙일보

한국항공우주산업 사무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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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KAI가 경영 성과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할 목적으로 지금까지 매출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해 왔다는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달 말부터 분식회계를 의심해 정밀감리에 착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KAI의 원가 부풀리기 등을 수사하고 있던 검찰도 금감원과 협조해 분식회계 수사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KAI에 따르면 회사는 지금까지 협력업체에 부품제작 등 일감을 맡기면서 대금을 선지급했고, 이 시점에 수주받은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보고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돈을)매출에 반영해 왔다. KAI 측은 “협력업체의 사업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단계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꿔보니 매출이 감소했지만, 그 차이가 4년간 350억원에 불과한데다 회계 인식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KAI 측은 "영업이익도 수출할 때 상대편 국가의 사업 리스크 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금액을 잡아 왔기 때문에 회계 인식 시점을 이익이나 손실이 예측되는 시점에 즉시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꾸니 오히려 금액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방산비리 의혹 수사가 분식회계 이슈로 확대되자 KAI 내부에선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KAI 관계자는 “가뜩이나 검찰 수사로 ‘수리온(헬기)’ 수출이나 올 연말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입찰전에 우려가 많은데 회계분식 의혹까지 받는다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KAI는 올해 상반기 실적도 예상되는 모든 손실을 반영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1324억원, 영업적자는 273억원이다. KAI는 “수리온 납품이 지연되고 협력업체 관련 매출도 부진했다”며 “시장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손실치를 상반기에 모두 반영했다”고 밝혔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회계기준이 달라 실적치에 변동이 있었던 것이라면 확실히 분식회계 의혹은 줄어들 수 있고 순자산도 늘어나 상장폐지설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어쨌든 그동안 회계 처리를 잘못해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KAI는 전날보다 4.53% 하락한 3만6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소아·김유경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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