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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지평선] 트럼프의 장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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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쟁을 치러본 장군들은 대개 전쟁에 신중하다. 그 참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걸프전 영웅 중 한 사람인 콜린 파월이 대표적 사례다. 불가피하게 전쟁에 개입해야 할 경우 압도적 군사력을 동원해 최단 기간에 승리한다는 ‘파월 독트린’을 정립한 그는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일할 때 이라크전 개전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딕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민간 출신 네오콘 강경파에 밀려 전쟁이 개시됐고 미국과 세계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 트럼프 미 행정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장군들”이라고 부르는 장성 출신들이 외교안보 요직을 맡아 활약 중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현역 중장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보좌관이 바로 그들. 임명 전에는 매파로 분류됐던 이들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와 같은 강경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군사적 옵션보다는 외교적 해결을 우선하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는 이들 전현직 미군 장군 3명이 “세계를 전쟁의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티스 장관은 최근 “필요하다면 군사적 옵션을 제시하는 게 내 책임”이라면서도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외교적 접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전쟁의 비극은 파멸적(catastrophic)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 얘기다. 뉴스위크는 매티스와 맥매스터 등이 한반도 전쟁을 결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앙적인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들 세 명에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을 더한 네 명을 트럼프 행정부 내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고 표현했다. 13일 방한한 던포드 합참의장은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고 있지만 실행할 경우의 결과에 유념하고 있다”면서 “전쟁 없이 이 상황에서 빠져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북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애국주의’ 진영을 억제하는 역할도 ‘어른들의 축’의 몫이다. 던포드 합참의장은 매티스, 켈리와 함께 이라크 전쟁영웅 ‘해병 3인방’으로 불린다. 용맹과 지략을 갖췄으면서 전쟁의 참상을 경계하고 외교적 협상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장군’들이 부럽다. 우리에겐 왜 그런 장군들이 없을까.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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