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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사상 최대 인상 최저임금의 역설 | 자영업뿐 아니라 산업계도 후폭풍 최저임금(산정기준) 불명확·사각지대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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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일산에서 개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박해일 씨(가명)는 최근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메뉴 가격을 인상키로 한 것.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다. 커피 가격을 200원 정도 올렸을 뿐이지만 심적 부담은 그 이상이다. 박 씨는 “커피전문점 포화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면 혹여 손님이 줄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달 넘게 고민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시 도저히 가게를 꾸려나갈 수 없다고 판단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 김해미 씨(가명)는 1년 전부터 서울 명동의 A업체 판매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실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잠을 설칠 정도”라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본사 차원에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 직원이 많은 대형 매장부터 감축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더욱 긴장하고 있다. 김 씨와 매장에서 함께 일하는 판매 직원은 10명이 넘는다. 김 씨는 “임금이 오르지 않아도 되니 짤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며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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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은 올해에 비해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다. 월별로 치면 157만3770원으로 전년 대비 22만1540원 인상됐다. 인상 폭은 1060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인상률로 따져도 역대 4번째로 높다. 이 같은 추세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도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총 463만명에 달한다. 전체 임금근로자 10명 중 2명꼴로 영향을 받는 셈이다. 노동계는 ‘표정 관리’에 들어간 반면 자영업자와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반발이 심상치 않다. 당장 전방과 경방 등 방직업계가 최저임금을 이유로 연쇄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전방은 지난 3년간 연속된 누적 적자에 내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부담을 이유로 전국 6개 사업장 중 3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력의 절반인 600여명을 감원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1호 상장기업인 경방도 주력 공장 베트남 이전을 확정했다. 이 회사 역시 표면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들었다.

생산성 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따지면 경영계의 불만을 억지로만 여기긴 어렵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2016년 기준 3.5%)의 4.7배에 달한다. 최저임금이 2001~2016년 평균 8.6%의 고율 인상을 했지만 같은 기간 생산성 증가율(4.7%)의 두 배를 넘은 경우는 없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인건비 지원 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이 다른 나라 얘기로 들리는 근로자들도 적잖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이들 또한 상당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근로자 수는 266만4000명. 전체 근로자의 13.6%에 달한다. 지난해 11.5%에서 2%포인트 넘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5인 미만 영세기업 근로자(33.6%), 일용직(38.8%), 여성(19.4%), 19세 이하(53%) 또는 60세 이상(41.9%)의 비중이 높다. 취약계층일수록 최저임금도 채 못 받을 확률이 3~4배 높다는 얘기다. 내년엔 최저임금 인상 폭이 큰 만큼 미만율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재 임금 기준 내년 최저임금인 7530원에 미달하는 급여를 받게 될 근로자들의 비중인 ‘최저임금 영향률’이 내년 23.6%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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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충격 부작용 없나

▷자영업자 335만명 고용…인건비 우려

최저임금 인상의 최고 쟁점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인가 여부다.

일부에선 자영업자가 고용한 인원이 약 335만명(통계청 2015년 기준)에 달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자영업 도산→고용 충격’의 부작용도 우려한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중 사업체 규모가 30인 미만인 곳들을 대상으로 부담 능력 등을 감안해 총 3조원 규모를 직접 지원하는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한 조치다.

영세사업장이나 자영업자가 이 돈을 주고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소상공인의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원도 안 되는 실정(한국경영자총협회)을 고려하면 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2016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98.7%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87.3%는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한다. 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 근로자의 임금을 깎거나 내보내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경제 사정이 나은 대기업들은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버틸 여력이 있지만 경영 여건이 열악하고 인건비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향평가’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7.1% 오르면 고용은 약 6만명 줄어들고 소득·소비 확대로 유발되는 일자리는 최대 6만3984명에 달한다. 얼핏 별문제가 없어 보여도 노동연구원은 그 이상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충격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기중앙회가 300여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를 경우 대응책’을 묻는 설문에 56%가 ‘신규 채용 축소’라고 답한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임금 인상은 결국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귀결된다. 생산성 개선 없이 인건비만 늘렸다간 기업 경쟁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하다. 오히려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소득이 줄어들 개연성이 높다. 고용 없는 내수 활성화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일자리 문제는 미국·영국 등에서도 이슈다. 이들 국가에서는 실물경제 성장률이 뒷받침되지 않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을 위축시켜 비숙련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벌써부터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에서는 신규 식당 영업허가 건수가 2013년보다 16% 줄었다. 이 신문은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식당들이 음식 값을 올리며 버티다 결국 폐업 수순을 밟는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뉴욕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8.75달러에서 11달러로 26% 올랐다. 올해 말에는 13달러까지 오를 전망이다.

영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부터 최저임금보다 한 단계 높은 ‘생활임금(living wage)’을 도입한 영국에선 유통업체 체인점과 소매상들을 중심으로 단순 근로자 해고 사례가 잇따른다. 생활임금은 실질적인 생활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기존 최저임금보다 10% 정도 올랐다. 25세 이상 근로자는 기존 최저임금보다 0.5파운드 오른 시간당 7.2파운드(약 1만600원)를 받고, 2020년에는 9파운드(약 1만3300원)까지 오를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올 1분기 유통업계에서만 3700명이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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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알바생 수를 줄이고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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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압력 vs 내수 활성화

▷‘내수 진짜 살아날까’ 의견 분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저소득층 소득 증대와 이에 따른 내수 활성화다. 소득 주도 성장에 군불을 지펴 경제성장과 양극화 완화의 정책적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일단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이 유발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근로자 대부분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인건비 비중이 커 생산성의 급격한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산업 특성상 인플레이션에 영향이 없다고 단언하기 힘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인상 강도와 수준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인상률이 16.4%로 얼핏 급격히 오른 듯 보여도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이 연평균 7%가량 상승해왔다는 점을 보면 실제 감당해야 할 인상률은 9% 수준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개인 음식점 비중이 12% 남짓이라 전체 물가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정책 취지와 달리 실물경제 기초체력이 감당하기 버거운 물가 상승과 내수 침체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실제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때 물가는 0.2~0.4%포인트 증가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16.4%를 적용하면 0.32%에서 0.65%가량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 전망에서 내년도 물가 상승률을 1.9%로 예측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상승률을 감안하면 물가가 2.5%가량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현재 우리가 아주 저렴하거나 무료로 이용 중인 음식 배달 서비스, 배송 서비스 등은 앞으로 현재보다 비싼 값을 지불해야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칫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 상승 논쟁과 맞물려 내수 활성화 정책 목표 달성 가능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구매력이 확대되면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음식료업 물가가 우상향한다면 정부가 기대했던 수준의 정책 목표 달성이 힘들 것이란 반론이 거세다. 쉽게 말해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더라도 짜장면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한다면 내수 활성화는 말짱 도루묵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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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최저임금 수준은

▷현재는 OECD 중위권 수준

최저임금에 대한 논란 중 하나는 최저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느냐에 있다.

노동계는 한국의 최저임금이 주요 선진국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하루빨리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업과 일부 자영업자들은 실제로 한국의 최저임금은 세계적으로 중상위권에 해당한다고 반발한다. 국민총소득(GNI)과 비교하거나 절대 액수로도 중간 이상 수준을 넘는다는 설명이다.

최저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1만4800원)이다. 그 밖에 프랑스(1만1746원)와 아일랜드(1만1132원), 영국(9904원) 등 유럽 주요국은 1만원가량이다.

한국은 올해 적용된 최저임금(6470원)은 15위로 중위권이다. 액수로 보면 독일 등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지표’(2016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OECD 8위다. 한국의 GNI 대비 최저임금을 100으로 잡았을 때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보다 최저임금이 더 높은 나라는 독일, 프랑스, 뉴질랜드, 터키, 영국, 아일랜드, 호주 등 7개국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외국과 비교해도 상위권이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임금의 중간에 해당하는 중위임금 대비 한국은 48.4%로 OECD 회원국 중 16위로 중상위권이다. 그러나 내년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60% 후반에 이를 전망이다. 터키와 칠레 등을 제외하곤 최고 수준이다.

또한 대부분 선진국은 업종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어 모든 업종에 일괄 적용하는 한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철강업, 기계제조업, 소매업 등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다르고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다. 프랑스는 연령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지급한다. 캐나다도 13개 주정부가 각각 최저임금을 발표하며 연령별, 업종별로 액수가 다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생산성을 고려한 최저임금 상승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최저임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산입 범위(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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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범위 산정 어떻게

▷상여금·초과근무수당 포함 안 돼

실제 최저임금 계산법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최저임금은 일반적으로 ‘정액급여’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기본급에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적 수당을 더한 액수다. 하지만 근로자 임금엔 정액급여만 있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법엔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초과근무 수당, 상여금, 유급휴가 수당, 숙식비 등 근로자 복리후생을 위한 비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정액급여가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는 데서 출발한다. 대기업 고액 연봉자라고 하더라도 기본급이 낮을 경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액수를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지난해 ‘사업체노동력조사’를 전수 조사해 평균값을 낸 결과 3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의 정액급여 비중은 56%,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77% 정도다.

월 300만원을 받으며 A대기업에 근무하는 김 모 씨의 사례로 살펴보면 이해가 편하다. 300만원 중 기본급과 고정수당을 합친 정액급여는 150만원, 각종 수당 등 특별급여로 받고 있는 액수가 150만원이다. 정액급여 150만원을 월별 법정 근로시간인 209시간으로 나눌 경우 시급은 약 7177원. 내년 인상 예정된 최저시급인 7530원에 못 미치는 액수다. 월급으로 따지면 A기업은 김 씨의 임금을 월 7만원가량 인상해야 한다.

그뿐 아니다.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수당도 최저임금과 함께 오르는 경우가 많아, 기업 입장에선 이 또한 부담이다. 초과근무 수당과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회사에서 부담하는 퇴직금과 4대 보험 요금도 마찬가지다. 기본급 상승으로 여타 특별비용까지 연쇄적으로 인상된다는 얘기다. 정액급여 인상분만을 기준으로 정부가 계산한 기업들의 연간 최저임금 추가 부담액(8조원)과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계산한 금액(15조2000억원)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도미노 임금 인상을 막기 위해 기본급 항목을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현행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 제수당·금품(현물 급여 포함)’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경영계 주장이다. 더욱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는 1986년 법 제정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 앞의 유럽 대부분의 선진국은 최저임금에 상여금·성과급·숙식비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미국과 일본은 성과급은 제외하고 있지만 숙식비를, 미국은 팁까지 포함한다. 애매모호한 최저임금 판단 기준도 기업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주무 관청인 고용노동부와 법원 간의 의견 차이가 있어 더욱 어렵다. 현행법은 최저임금을 ‘월 급여를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눈 금액’으로 규정했다. 소정근로시간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계약으로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 논란의 핵심은 유급휴일시간 포함 여부다.

고용부는 유급휴일도 소정근로시간에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지침을 근거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주 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근로자가 한 달에 일하는 시간은 약 174시간이지만, 주휴수당을 받은 일요일(유급 휴일)에도 ‘일한 것’으로 간주하면 월 209시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근로자와 계약을 통해 토요일을 유급 처리한 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고용부는 해당 기업의 소정근로시간을 월 243시간으로 적용한다. 소정근로시간이 늘어날수록 최저임금 계산액 역시 커지기 때문에 당연히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이와 반대로 법원 판결은 소정근로시간에는 주휴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향후 제도개선 과제는

▷최저임금 사각지대부터 없애야

최저임금 인상과 그 효과에 관한 각론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다.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 성장에는 최저임금 외에도 경기 변동, 기업의 이익 등 영향을 끼칠 만한 변수가 워낙 많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단기간에 급격하게 올리기보단 소위 ‘최저임금 사각지대’부터 없애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원회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작성한 ‘2018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임금노동자 비중을 나타내는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4년 4.9%에서 2015년 6.2%, 2016년 7.3%로 갈수록 오르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승복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미만율 상승은 부실한 근로 감독,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적절한 최저임금은 취약 노동계층에 대한 영향률을 높이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미만율을 줄이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업종, 연령, 지역, 생계비 등 여러 요소를 반영해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 또한 새겨들을 만하다. 윤창현 교수는 “지금처럼 정부가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차등 적용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 지적했다.

최저임금 범위와 관련,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임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당수 대기업은 기본급과 직무·자격수당 등 업무 관련 수당만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한다. 그러나 통상임금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는 보수도 포함하고 있어 둘 사이 범위가 일치하지 않는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등의 산정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생산성은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다. 성태윤 교수는 “최저임금의 산입 기준과 통상임금의 범위를 통일해야 임금 기준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다. 한 예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본다면 최저임금 산입에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근본적으론 기업이 투자를 늘려 민간 일자리가 나와야 소득 주도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 유도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도 “특히 대기업 생산직 고연봉자들은 기본급 베이스는 낮고 성과급 위주로 임금을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고액 연봉자 임금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실태를 정부가 면밀히 조사한 뒤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기회를 한계 상황에 도달한 국내 자영업계의 구조조정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하층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 자체는 찬성하지만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행태는 반대한다. 이는 소상공인에게 모르핀을 놓는 효과밖에 안 된다. 근본적으론 이들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파격 인상’ 빅데이터 여론은

고용주는 회의적, 근로자도 우려 많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여론은 어떨까. 인터넷 여론은 물론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주 모두 우려스러운 시선이 적지 않다.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2015년부터 지난 7월까지 7억건이 넘는 블로그·트위터·뉴스 댓글 등을 바탕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국내 여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부정적 단어의 비율이 66%를 기록, 긍정적 단어(34%)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정어의 종류엔 ‘차별, 부담, 우려’ 등의 키워드가, 긍정어엔 ‘좋은, 행복’ 등이 포함됐다.

최저임금 결정 직후인 지난 7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조사 결과는 더 큰 차이를 나타냈다. 부정어는 71%, 긍정어는 29%를 차지했다. 최저임금 연관 감성어 중 차별, 부담, 우려 등의 ‘부정적 단어’ 비율은 71%로 좋은, 행복한 등 ‘긍정적 단어’ 비율(29%)에 비해 2.4배가량 많았다. 특히 자영업자 입장에서 부담을 호소하는 검색어가 많았다. ‘부담’(2153건), ‘우려’(1207건), ‘부작용’(530건), ‘피해’(411건) 등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지난해 조사에서 ‘임금 체불’(838건), ‘차별’(794건), ‘미지급’(750) 등 근로자 입장을 대변한 단어가 많았던 것과 딴판이다. 다음소프트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버거운 중소기업, 영세업자, 소상공인의 부담감을 말한 게시글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정적 여론은 최저임금의 실제 이해관계자인 고용주와 근로자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최근 아르바이트생 3955명과 고용주 6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르바이트생의 72.9%와 고용주의 90.5%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걱정거리가 있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일자리 축소’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전체 51.8%(복수응답 기준)가 이같이 답했다. ‘고용주의 최저임금 미준수(46%)’ ‘고용 축소로 업무량 증가(34.3%)’ 등이 뒤를 이었다. 고용주는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증가’라는 응답이 67.5%로 가장 많았다. ‘야근수당·주휴수당 등 동반 인상 부담’(25.3%)도 골칫거리로 지목했다.

최저임금에 울고 웃는 증시

편의점주 인건비 우려에 급락…자동화기기株 ‘미소’

최저임금 이슈는 증시로도 옮아갔다. 인건비 부담이 큰 유통업종에는 악재가 된 반면, 무인자동화기기를 만드는 업체에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역대 최고 수준 최저임금 인상에 편의점주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편의점 GS25를 보유한 GS리테일의 7월 26일 기준 주가는 지난 5월 11일 기록한 장중 고점(5만7900원) 대비 15%가량 하락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지난 5월 30일 14만4000원까지 올랐다가 7월 26일 9만4500원까지 떨어졌다. 편의점 이마트24에 3년간 3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이마트 주가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에 비해 16.4% 인상한 7530원으로 결정한 여파다.

증권업계는 편의점주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렸다. KTB투자증권은 BGF리테일의 목표주가를 14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다. NH투자증권은 GS리테일의 목표주가를 6만원에서 5만7000원으로 떨어뜨렸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S25 편의점의 점포당 월평균 순이익은 약 300만원”이라며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1만원까지 오르면 추가 인건비만 월평균 254만원(24시간, 30일 기준)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20.3배, 19배로 글로벌 업계 평균(23.5배)보다 20% 낮은 수준”이라며 “높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주가가 오를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 등 환경 변화에 따라 무인 자동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무인 기기 업체들이 수혜를 누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증시에서 무인 기기 관련주로 분류되는 한국전자금융 주가는 이 같은 기대감에 지난 7월 18일 전일 대비 12.2% 상승한 1만3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 회사는 주요 시중은행에 무인 기기 등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ATM 관리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금융권을 대신해 CD·ATM 기기의 제반관리 업무를 일괄적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관련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윤정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무인 자동화 기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구조 개편은 규모의 경제 극대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무인 기기는 사업주의 입장에서 비용절감을,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함을 제공한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김병수·배준희·나건웅 기자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9호 (2017.08.02~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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