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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한국 입양아 품어주는 미네소타에서 ‘새로운 가족’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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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화여대 해외봉사단 4년째 ‘인연’

‘캠프조선’ 입양아 150명 교육봉사

“국내입양·다양한 가족형태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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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해외봉사단으로 미국 미네소타주 ‘캠프조선’ 봉사활동을 다녀온 김영은(왼쪽부터)·하시은씨, 단장 조기숙 교수, 고유라씨가 지난 21일 신촌 교정에서 함께 했다. 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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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봉사단 신청을 할 때는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와 정체성을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실제로는 제가 배운 게 더 많았어요. 특히 가족의 개념과 다문화·다인종 사회에 대비한 열린 인식의 필요성을 깨달았어요.”

이달 초부터 2주간에 걸쳐 미국 미네소타주 ‘캠프조선’에 다녀온 이화여대 해외봉사단의 김영은(정외과 4)씨가 졸업 준비를 제쳐두고 지난해에 이어 두번씩이나 참가한 이유다.

미네소타 캠프조선 코리아(KHH·Korean Heritage House)는 한인 아이를 입양한 미국인 부모들이 기금을 모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1980년대 초부터 여름과 겨울 방학 기간에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지역을 중심으로 인근 7개 주의 입양인 가족 1000여명이 꾸준히 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명으로 구성된 이화여대 해외봉사단은 올해 4년째 캠프에 참가해 유치원·초등생과 청소년 150명에게 한국의 지리, 문화, 언어, 역사와 사물놀이, 그림 등 예술을 가르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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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지역에서 한국입양아 대상 ‘캠프조선’ 봉사활동을 펼핀 이화여대 해외봉사단(단장 조기숙 교수·앞줄 맨가운데) 학생들이 현지 한인동포들과 함께 했다. 사진 이화봉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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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께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공모하는데 올해는 무려 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많았어요. 선발된 10명은 미네소타 현지 자원봉사 교사와 연락하며 2개월 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교재를 준비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도 해야 하고요.”

봉사단장으로 함께 다녀온 조기숙 교수(무용과)는 “해마다 참가 학생들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이화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가 늘 최고점이라고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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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해외봉사단이 이달 초 미국 미네소타주 ‘캠프조선’에서 한국 입양아들에게 애국가·부채춤 등 한국 문화를 가르쳐주고 있다. 사진 이화봉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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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출국 2주 동안은 일주일에 서너번씩 모여서 준비한 교재를 두고 선생과 학생으로 나뉘어 ‘롤플레이’로 시뮬레이션을 하며 수정하고 보완했어요. 그런데도 막상 현지 여건이나 아이들 반응이 예상과 달라서 수업 방식을 바꾸거나 밤새 새로 프로그램을 짜기도 했어요.”

역시 4학년 졸업반이지만 캠프 준비와 활동을 통해 얻은 보람이 크다는 고유라(중어중문학)씨는 “입양 부모들이 아이들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친자녀인 형제들에게도 한국 문화를 이해하도록 함께 캠프 활동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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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조선’에 참가한 한국 입양아들과 그 형제들이 이화여대 봉사단이 준비해간 교재로 만든 거북선 등 한국문화 상징모형을 전시해놓았다.


하시은(국제사무학과)씨는 한국전쟁 때부터 시작된 한국과 미네소타주의 각별한 인연을 통해 우리의 입양 현실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했다. “미네소타주는 추위에 강하다는 이유로 한국전쟁 때 주인의 5%인 9만5천명이 참전해 장진호 전투에서만 4천여명이 전사하는 등 가장 희생이 많았대요. 그 뒤 55년부터 7년간 1000만달러를 들여 서울대 의대를 비롯한 220여명의 농·공·의학도를 초청해 연수를 시켜준 미네소타 프로젝트도 대단하고요. 그런 이유로 한국인 입양인도 가장 많아 한때는 3만명에 이르렀고 현재도 1만8000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했어요.”

지난주말 이화교정에서 만난 조 교수와 봉사단 학생들이 가장 나누고 싶은 경험이 있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한류 등 선진문화를 자랑하고, 세계 최저인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한편에서 여전히 국외입양이 국내입양보다 많은 우리 현실이 부끄러웠다”며 국가 차원에서 전세계에 입양된 한국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지원 프로그램과 더불어 미혼모·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가족제도를 인정하는 인식의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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