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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사립유치원 단체 ‘국공립 확대 세미나’ 또 원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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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발전계획 반발…서울시교육청 강당 점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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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의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 2층 강당과 강당 앞 복도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사립유치원 관계자 300여명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한 시간 뒤 열릴 예정이던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4차 세미나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점거에 나선 것이다. 단상에서 “정부가 평생 모은 돈으로 운영하는 사립유치원들을 죽이려고 한다”는 발언을 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에게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날 세미나는 내년부터 5년간 유아교육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정책연구의 일환으로,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팀이 지금까지 작성한 기본계획안을 공유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끝내 무산됐다.

한유총은 세미나에 앞서 회원들에게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계획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세미나 장소의 좌석을 모두 확보하고 입구를 봉쇄해야 하니 많은 인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유총은 지난 21일 대전에서 열린 3차 현장 세미나도 무산시켰다.

이날 연구진이 발표할 예정이던 제2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 방향(안)에는 공립유치원 공급을 늘려 지난해 24.2%였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올려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연구진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립은 171개 증가했는데 사립은 278개 늘었다면서 국공립·사립 유치원 취원율의 적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공립유치원 의무설립지역 중 저소득층이 많고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공립 단설유치원을 세우고, 기존 사립유치원이 원할 경우 국가가 매수해 단설유치원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을 들었다. 전기옥 한유총 서울지회장은 “출산율이 낮아져 유아가 줄어드는데 공립유치원을 더 늘리는 것은 사립유치원을 죽이는 일”이라며 “지원금을 사립유치원에도 평등하게 지원하면 공립 선호현상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기본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휴원투쟁까지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연구진 중 한 명인 조부경 한국교원대 교수는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는 것과 사립유치원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분리해서 생각할 문제”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자는 취지로 연구 초반에 세미나를 계획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학부모 유경숙씨는 “사립유치원은 운영이 투명하지 않아서 부모들이 선호하지 않는 것”이라며 “오늘 사립유치원의 민낯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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