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외국인 IT株 차익실현…주도주 바뀌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거침없이 내달리던 코스피가 9거래일 만에 조정을 받으며 '숨 고르기'를 했다.

25일 코스피는 전날 종가 대비 11.63포인트(0.47%) 내린 2439.90으로 마감했다. 나흘 만에 2440선 아래로 다시 내려온 셈이다.

코스닥도 1%가량 하락하며 9일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코스피가 이날까지 9일 연속 상승했다면 사상 최장 최고가 경신 기록을 다시 쓸 뻔했으나 힘이 부족했다. 다만 본격적인 조정의 시작이라기보다 연속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외국인 중심의 단기 차익실현 욕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날 하락세를 주도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였다. 전날 1683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날 3420억원까지 순매도 규모를 확대했다. 외국인이 하루에 3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은 지난 5월 31일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이다. 개인과 기관이 이틀 연속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냈으나 지수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까지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은 코스피 상승에 따른 이익과 환차익을 같이 얻었다"며 "외국인들은 엄청나게 사다가 최근 가격 부담과 달러 강세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매수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종목 갈아타기'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업종 대표주를 사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실적 대비 주가가 조금이라도 더 낮은 종목으로 교체하며 수익률을 높여가는 전략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5월 이후 코스피 랠리를 주도해온 대형 정보기술(IT)주에 대해 순차적인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만 5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지분율이 5월 23일 이후 최저치인 53.8%까지 하락했다. 이 밖에 SK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대형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5월 말 대비 일제히 낮아졌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LG전자, SK하이닉스 순서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이에 따라 IT종목 주가도 조정 중이다. 삼성전자가 사흘 연속 하락해 이날 250만원에 턱걸이를 했고, 분기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연 SK하이닉스는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음에도 3% 이상 하락했다.

반면 7월 들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금액 기준)에는 포스코, LG화학, 한국전력, 엔씨소프트, 하나금융지주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 종목이 포진했다.

대형 IT주 가운데는 최근 주가 상승 폭이 작았던 엔씨소프트만 순매수한 점이 눈에 띈다. 포스코 외국인 지분율은 55.4%를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8% 줄었지만 3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최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최근 상승장에 소외돼 있었다는 점에서 외국인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중소형주 투자로 눈을 돌리는 모습도 관측된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지난 24일까지 셀트리온, 휴젤, 주성엔지니어링, 오스템임플란트, 더블유게임즈, 테스, 코미팜, 원익IPS 등 바이오·IT 관련주를 각각 1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이에 대해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IT·반도체 업종에 대한 외국인 매도는 본격적인 손바뀜과는 거리가 멀다"며 "업종 주가가 크게 오른 건 사실이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측면에서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높기 때문에 차익실현 욕구를 일부 해소한 정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코스피도 급격한 조정을 받기보다는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외국인 움직임을 지나치게 경계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윤 센터장은 "여전히 한국 주식이 싸기 때문에 가격 부담에 의한 조정 폭은 클 수 없다"며 "여름에 조정받을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는데 펀더멘털이 견고하니 예상이 빗나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센터장 역시 "코스피는 적어도 4분기 전까지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낮다"며 "시장에 부정적인 대내외 변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4분기에는 선진국 이익 모멘텀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이용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