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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재테크 원포인트] `단타 펀드`의 달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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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스피가 랠리를 이어가자 펀드 출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옛말처럼 증시에 대한 관심이 잔뜩 올라 있을 때 하나라도 상품을 더 팔겠다는 자산운용사들이 바빠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까지 새로 나온 펀드는 총 575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398개) 대비 44%나 늘었다. 펀드 열풍이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펀드가 진열대에 올랐다. 2008년 1~7월 신규 펀드는 무려 1019개나 쏟아졌지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14개로 급감한 펀드 출시 숫자는 이후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를 거치며 한동안 암흑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요새 나오는 펀드 리스트를 보면 한 가지 트렌드가 읽힌다. '목표전환형'이라 이름을 붙인 단타 펀드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목표전환형 펀드 신상품은 16개로 2011년 이후 출시 상품이 가장 많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목표전환형 펀드에 몰린 자금만 1237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에서는 6조7462억원 규모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정해진 수익률(통상 5~7%)을 올리면 펀드가 채권형으로 변신하는 기능을 삽입한 게 특징이다. 원래는 박스권에서 투자자가 유용하게 활용했던 펀드다. 장이 위아래로 요동칠 때 정해진 수익률을 터치하면 장이 빠질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먹고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상반기에만 코스피가 20% 가까이 오른 올해 같은 상승장에서 유행한 이유는 오른 지수가 언제 빠질지 모르는 개미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 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밟힌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위험자산이다. 굳이 첨언하자면 투자자에게 유리한 위험자산이다. 하방은 막혀 있고 상방은 뚫려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져도 투자한 금액 이상의 손실은 보지 않지만, 주가가 오르면 이론상 무제한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면 목표전환형 펀드는 지수가 올라도 정해진 수익률 이상의 수익은 낼 수 없다. 반면 주가가 빠지면 투자금 전체를 날릴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끽해야 5% 수익을 내자고 투자금 전부를 거는 꼴이다.

그런데도 이 펀드가 잘 팔리는 건 운용사에 돈이 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목표전환형 펀드에 운용보수와 판매보수를 합쳐 1%가 넘는 수수료가 걸려 있다. 수익률 5%짜리 펀드에 가입시켜 목표를 달성한 후 이를 환매해 또 다른 목표전환형 펀드로 가입을 유도하면 운용사는 단기에 2%가 넘는 수수료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에 가입해 원하는 수익을 낸 뒤 곧바로 환매에 나선다면 수수료를 절반 이하로 낮추면서 목표전환형 펀드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환매 절차가 귀찮아서 목표전환형 펀드에 가입해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조금만 발품을 들이면 안 내도 될 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시장 흐름에 편승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펀드 단타 마법에 빠져 수수료만 퍼주면 안 된다는 뜻이다. "투자자는 수수료의 마술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의 격언을 되새길 때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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