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에르도안, 지난해 쿠데타 이후 950개 사기업 몰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쿠데타 희생자 추모 특별회의 참석한 에르도안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지난해 7월 15일 6시간 천하로 끝난 터키 쿠데타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 전역에서 950개 사기업을 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슬람 학자이자 종교 지도자인 펫훌라흐 귈렌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이들 사기업들을 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NYT는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쿠데타 발생 다음날인 7월 16일 TV 연설에서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1999년부터 미국에 체류 중인 귈렌을 지목하며 미국 정부에 그의 인도를 요구했다. 이에 귈렌은 “민주주의는 군사행동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자신이 쿠데타 배후라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으며, 에르도안 정부가 쿠데타를 연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귈렌은 이슬람 사회운동인 히즈메트(Hizmet·터키어로 봉사를 의미)를 이끌었다. 터키 내 이슬람의 부흥을 꾀했던 귈렌은 2002년 세속주의 정당에 맞서 친이슬람 성향인 에르도안의 집권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정치적 동맹이었다. 귈렌은 에르도안이 창당한 정의개발당(AKP)이 2002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2013년 에르도안 대통령이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하고 귈렌파 숙청에 나서면서 최대 정적이 됐다. 그는 1999년 지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 지금까지 미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고 있다.

에르도안 정부가 몰수한 950개 기업들의 자산 가치는 총 110억 달러(약 1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작은 바클라바(견과류, 꿀 등을 넣어 파이 같이 만든 중동 음식) 가게에서부터 대형 상장 기업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도 다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NYT는 현대 경제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부가 기업들을 장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테네시주의 내슈빌이나 핀란드 헬싱키로 도망간 경영진도 수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보다 운이 좋지 못한 군인, 판·검사, 경찰, 언론인 등은 구금됐으며, 이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된 새 재소자가 5만명에 이른다.

터키는 지난 수년간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등으로 인해 전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신흥시장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관광산업은 붐을 이루고 전국에 수백개의 쇼핑몰이 등장했다. 스타벅스는 2003년 터키에 매장이 생긴 뒤 수백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정치적, 재정적 측면에서 터키는 현재 깊은 수렁에 빠져 있고, 쿠데타 이후 경제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lways@newsis.com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