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발밑에 펼쳐진 인간세상…흙 한줌 만져보실래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따끈따끈 새책]흙과 생물의 5억년 투쟁기]

머니투데이

콘크리트로 꽉 막힌 지면을 종일 걷고, 흙 한 톨 안 묻은 잘 세척된 채소를 마트에서 사는 현대인들이 흙냄새를 맡으며 살기는 쉽지 않다. 어린 자녀를 핑계로 주말농장을 시작한 부모들이 나중에는 아이보다 더 좋아라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 안쓰럽다.

'흙의 시간'은 지구의 특산물인 흙과 생명의 연결고리를 한 가닥씩 풀어내며 회색빛 환경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흙이 얼마나 굉장한 존재인지 새삼 일깨워준다. 어릴 적부터 흙을 좋아해 삽 한 자루 쥐고 흙과 생물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 저자가 흙과 생물이 영향을 주고받은 5억 년 발자취를 더듬어갔다.

버섯과 공생하는 나무, 특이한 소화기능을 가진 장수풍뎅이에서부터 열매를 뿌리는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들의 신기한 행동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곳에 흙이 있다. 생물들이 어떻게 흙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는지, 인간은 왜 흙을 경작하고 다양한 농업을 발달시켰는지 책 속 주인공 '흙'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사, 인간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흙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미래에 경고장을 보낸다. 온난화, 사막화, 열대우림의 감소가 흙이 위기에 처했다는 신호다. 과거 인간들은 화전 농업이나 분뇨 재활용을 통해 흙을 둘러싼 양분 순화 시스템의 일부로 지냈지만 지금은 과도한 에너지를 쓰면서 자연에 돌려주지 않는다. 과다하게 투입된 질소비료, 공장·자동차가 배출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로 인한 산성비는 산성토양에 적응해 살아가던 침엽수조차 죽게 만들 정도로 흙을 산성화시키고 있다.

식물이나 미생물은 수억 년 간 산성토양과 더불어 진화해 왔지만 인간은 흙과 함께 지낸 기간이 1만 년에 불과하다. 인간이 스스로 일으킨 변화에 대해 이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면 등산화 뒤축에서 무심코 툭툭 털어냈던 흙 한 줌도 다르게 보인다.

◇흙의 시간=후이지 가즈미치 지음. 염혜은 옮김. 눌와 펴냄. 268쪽/1만3000원.

강미선 기자 rive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