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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단독] 미국과 `남북대화 제안` 협의했다는 정부, 미 "발표 직전 일방적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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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7일 북한에 남북회담을 제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했다는 애초 설명과는 달리 발표 하루 전날미국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트럼프 미국 정부는 충분한 사전 조율 없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대해 불만을 표출함에 따라 한미 공조의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상원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가 없을 경우,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돼 양국간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미 워싱턴의 정부 소식통은 21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긴 때문에 이는 협의가 아니라 사실상 통보를 받았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감지되고 있다"며 미국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 인사들들이 우리측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가 아닌 발표 직전 통보였다. 하루 전에 이런 중대한 제안을 말해주고 협의라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한 시점에서 동맹국에서 불쑥 남북 대화 제의를 내놓은 데 대한 불만과 함께 동맹국간의 사전 조율이 아니라 발표 하루 전에 전달받은 일방적인 통보였다는 게 미국측의 반응이다.

이같은 미국측 분위기는 미 백악관과 국무부 공식 입장 발표과정에서도 그대로 묻어나왔다. 지난 17일 정부의 남북 군사당국·적십자 회담 발표 뒤에 미국측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고 싸늘하게 대답했다. 이어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한미간의 사전 조율 여부에 대해 "나는 그 문제에 관해서는 어떠한 외교적 대화도 확인할 수 없다"며 냉랭하게 대답했다. 통상 양국간 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답변이 나오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같은 발언 자체가 강한 불쾌감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 백악관에서 근무했고 최근 북한 당국자를 접촉했다는 현지 외교안보 소식통은 "미사일 실험에 대한 북한의 의지는 명백하고 한국과 대화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점을 느꼈다"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이런 북한과의 대화에 집착하며 한미 공조와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일방적인 통보는 아니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외교 당국자들은 "남북 대화 제안을 미국 측에 하루 전에 통보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직접 우리와 협의했던 미 정부 당국자와 달리, 다른 인사들은 소식이 늦어 발표 직전 통보를 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국 측과 협의했냐는 질문에 한 외교부 당국자는 "‘충분히'는 주관적 표현이다. 시점을 밝힐 수 없지만 미국에 관련 사안을 사전에 전달하고 긴밀히 협의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남북대화 제안처럼 중대 사안의 경우 정부 역시 미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고, 미국 측에 하루에서 이틀 전에 통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남북대화 제안 사실을 미국측에 지난 14일(금요일)에 통보하고 17일(월요일)에 발표했다면, 주말 제외시 하루 전 통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4일 오후 4시 마크 내퍼 주한 미 대사 대리를 접견했다. 예정에 없었다가 이날 오전 갑작스레 추가된 일정이어서 이날 관련 내용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팻 투미(공화·펜실베이니아)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 '북한과 연관된 은행업무 제한법'을 발의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은닉 자산 거래를 포함해 북한 금융기관과 직·간접적으로 거래한 금융기관을 조사해야 한다. 대북 금융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을 전면 차단하고, 사안별로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아울러 법안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모든 핵·화학·생체·방사능 무기를 해체한 뒤에 재개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내에선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확산되고 있다. 폭스뉴스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시행한 설문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수단에 대해 '미 군사력(U.S. Military Force)'이라고 답한 비율은 55%에 달했다. 반면 '외교만으로 해결(Diplomacy Alone)'이란 응답은 29%에 그쳤다. 지난 4월 같은 설문에서 미군 군사력은 51%, 외교해결은 36%로 집계된 것보다 군사력 동원 선호 의견이 확대된 것이다.

[문재용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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