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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이 시기에"…과총 탈원전정책 설문조사 '신뢰성 논란' 자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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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률 0.55%…'이해관계자' 에너지 전공자들 과대 대표

연합뉴스

김명자 과총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탈원전 추진 등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관한 찬반논란이 맞붙은 시점에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이 잘못된 설계의 설문조사를 발표해 혼란을 부채질했다.

과총은 20일 김명자 회장(전 환경부 장관) 주재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는 탈원전에 대한 실현가능성이 포함됐는데 응답자의 65%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능하다' 답변은 21%에 그쳤다, 과학기술계 회원 3분의 2가 정부 탈원전 정책을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조사는 대표성이 떨어진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회원은 2천29명으로 응답률이 0.55%에 그쳤기 때문이다.

과총은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회원 37만9천81명에게 설문조사 이메일을 발송했는데 이메일을 확인한 회원이 1만9천250명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응답 회원수는 매우 적다

게다가 응답자를 전공별로 보면 에너지가 990명(49%)로 절반에 육박했다, 공학이 634(31%), 이학(자연과학)이 121명(6%), 기후·환경이 83명(4%), 인문사회가 62명(3%), 보건의료가 46명(2%), 기타가 93명(5%)다.

과총 회원 단체 609개의 회원 47만명 중 에너지 학회와 원자력 관련 학회의 회원은 3.6%에 해당하는 1만7천여명(3.6%)이지만 설문 응답자 중에는 49%가 에너지 종사자인 셈이다.

당연히 이해관계자인 에너지 분야 종사자는 다른 집단과 현격히 다른 응답 경향을 보였다. 이 탓에 단순히 응답 수를 세어서 비율을 집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일례로 새 정부가 탈원전 의지를 표명한데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38%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고, 28%가 '적절'('적극 추진' 또는 '시의적절'), 34%가 '부적절' 의견을 내놨다.

전공별로 보면 에너지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신중' 38%, '적절' 25%, '부적절' 42%였다.

그 외 전공별 '신중'-'적절'-'부적절' 의견 비율은 공학 41%-27%-32%, 기후·환경 30%-62%-7%, 이학 47%-40%-12%, 인문사회 19%-63%-18%, 보건의료 28%-52%-20%, 기타 38%-41%-22%로, 근소한 차이를 보인 공학계를 제외하면 '적절' 의견이 '부적절'보다 많았다.

에너지 정책 방향에 관한 의견에는 전체 응답자 2천29명의 반응은 '매우 적절하다' 21%, '적절하다' 20%, '보통이다' 13%, '부적절하다' 23%, '매우 부적절하다' 23%로 나뉘었다.

'보통이다'를 빼고 '적절' 대 '부적절' 의견의 비율을 전공별로 보면 에너지 전공자들은 30% 대 57%로 '부적절'로 기울었고, 공학(42% 대 45%)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 의견이 근소하게 높았다.

그러나 기후·환경(82% 대 9%), 보건의료(68% 대 18%), 인문사회(66% 대 19%), 이학(60% 대 27%) 등 다른 분야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적절' 의견이 훨씬 우세했다.

과총은 "에너지분야 전공자들의 응답이 훨씬 많아 표본 편향이 심하기 때문에 전체 집계 비율은 별 의미가 없다. 소속·전공 분야별로 분리해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과총은 "과학기술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이해관계 당사자 그룹과 다른 그룹 사이에 설문 참여 적극성에 차이가 있었다"며 대표성이 없는 결과가 나왔음을 시인했다.

탈원전 정책을 놓고 찬반 양론이 극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가장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놓아야할 과학기술계의 대표기구가 설익은 여론조사로 오히려 혼란을 가중했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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