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이 제안한 국민 개헌, 미래 개헌, 열린 개헌 등 3대 원칙은 이정표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개헌을 주도하고, 시대정신인 분권이 개헌의 핵심이어야 하며, 개헌과 관련된 모든 일정은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권력 편중과 오남용에 따른 사회갈등 해소, 삼권분립의 헌법정신 및 지방자치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 전방위적 분권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국가 원로들이 이날 기념 토론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전투적 정치와 정치불신을 낳은 뿌리"라며 분권형 개헌을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원집정부제 등 '혼합형 정부형태' 선호도가 46%로 대통령제(38.2%)와 의원내각제(13%)를 크게 앞섰다.
문제는 정치권을 대변한 정 의장의 제안이 문 대통령의 구상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국회와 별도로 정부에 '국민참여 개헌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으로 개헌에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가 여론수렴을 제대로 한다면 딴죽 걸 이유가 없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국회가 헌법 전문부터 권력구조 개편, 기본권 확대, 선거제도 개편 등에 모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심은 여전한 듯하다. 경우에 따라 청와대가 주도권을 쥐고 제한적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국회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그러나 개헌 방향과 시간표가 바뀔 여지는 거의 없다. 이미 국회 개헌특위에서 마련한 분권형 개헌안도 있다. 그런데도 시한이 촉박한 것은 권력구조든 기본권이든 세부로 들어가면 백가쟁명식 논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관 인선과 추경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매듭되면 연말까지 정기국회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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