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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또 '버스 졸음운전'…제동없는 빗길 질주에 50대 부부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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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졸음운전했다" 경찰에 진술…사고현장에 브레이크 흔적 없어

졸음운전 치사율이 일반사고보다 높아…막을 방안 딱히 없는 것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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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잇장처럼 구겨진 승용차
(서울=연합뉴스)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 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역버스와 충돌한 승용차가 심하게 파손돼 있다. 2017.7.9 [독자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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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 추돌사고...종잇장처럼 구겨진 승용차
(서울=연합뉴스)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 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역버스와 충돌한 승용차가 심하게 파손돼 있다. 2017.7.9 [독자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리는 버스 졸음운전이 9일 또 발생해 50대 부부가 안타까운 참변을 당했다.

사고는 이날 오후 2시40분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터졌다.

휴일 낮 시간이어서 1차로에 버스전용차로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운전사 김모씨·51)가 소통이 원활한 1차로가 아닌 차량 정체로 차량이 서행 중이던 2차로로 돌진했다.

버스는 바로 앞에 가던 K5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K5 승용차에 올라탄 채로 2차로와 1차로를 넘나들며 질주했다. 버스에 부딪힌 충격으로 앞으로 퉁겨 나간 다른 승용차는 옆으로 넘어지며 또 다른 차량들과 연달아 추돌했다.

한참 뒤 멈춰선 버스에 깔린 K5 승용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소방당국의 구조 작업 끝에 이 승용차 안에서 신모(59)씨와 설모(56·여)씨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버스 운전사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 사고현장에서는 버스의 제동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런 점을 토대로 버스 운전사 김씨가 운전 중 졸다가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채 그대로 앞에서 서행하던 K5 승용차를 먼저 충격하고서 연달아 추돌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휴일 낮 고속도로 정체로 천천히 승용차를 몰고 가던 신씨 부부는 뒤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진해온 버스에 아무런 예상도 하지 못한 채 참사의 희생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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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



이처럼 버스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하는 바람에 참변이 발생한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둔내터널 구간에서 관광버스가 졸음운전으로 앞서 가던 차량을 덮치면서 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구간에서는 올해 5월에도 버스 추돌사고로 노인 8명이 사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운전사가 깜박 졸면서 운전하는 버스는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린다. 졸음운전으로 제동이 걸리지 않은 채 커다란 덩치의 버스가 비교적 작은 차량을 덮칠 경우 인명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날 신양재나들목 사고에서 가해 버스에는 운전사 김씨 외 승객 4명이 타고 있었지만 큰 부상없이 귀가했다.

버스뿐 아니라 졸음운전은 한번 났다 하면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졸음운전 교통사고는 7천639건이 발생해 35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100명이 넘는 사람이 졸음운전으로 인해 도로에서 숨지는 셈이다.

특히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는 660건으로 사망자는 93명에 이른다. 치사율은 14.1%로 고속도로에서 일반 교통사고 치사율의 갑절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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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에 버스·승용차 추돌 대형사고
(서울=연합뉴스)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 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대원과 경찰이 구조 및 사고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2017.7.9 [독자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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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 버스·승용차 추돌...10여명 부상
(서울=연합뉴스)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 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구조대원과 경찰이 부상자 구조 및 사고처리를 하고 있다. 2017.7.9 [독자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버스 졸음운전을 막고자 기사 쉼터가 늘어나고 기술 개발도 한창이지만 아직까지는 졸음운전을 막을 확실한 방도가 없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고급 승용차의 경우 운전대의 각도, 차선 이탈, 운전 시간과 도로 상태 등을 통해 운전자가 졸고 있는 것이 탐지되면 알람으로 깨우는 기술이 도입됐지만, 일반 버스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교통안전공단이 '버스 운전자 졸음·부주의 운전 모니터링 장치'를 개발해 시범운영까지 했지만, 내년 이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수치로 나오는 음주 운전 단속과 달리 졸음운전을 단속하기는 어렵다"며 "운전자가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 졸음운전을 예방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고로 숨진 부부의 조카는 "두 분이 주말에 자주 놀러 다니며 오늘도 주말에 나들이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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