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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럭셔리 브랜드가 미술관에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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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까르띠에 등 전시 잇따라

국내서 럭셔리 열풍 뜸해지자 전통·문화 내세워 브랜드 홍보

럭셔리(고가) 패션 브랜드들의 장외 대결이 뜨겁다. 매장 아닌 전시장에서, 제품이 아닌 '작품'을 내걸고 시선 끌기 경쟁을 벌인다. 최근 한 달 사이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연 브랜드만 적어도 네 곳이다.

까르띠에는 '하이라이트'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샤넬은 지난 23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디뮤지엄에서 전시를 연다. 창업주 가브리엘 샤넬이 애용했던 병풍 무늬를 이용한 영상, 샤넬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보석류 등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지난 8일 개막한 루이비통 전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도 8월 27일까지 계속된다. 프랑스의 고급 가방 회사 모이나(Moynat)는 정교한 제작 기술을 보여주는 전시를 지난 5~16일 신라호텔에서 열었다.

조선일보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 전시 중인 샤넬의 오트쿠튀르(맞춤복) 드레스들. 옷 안쪽에서 빛을 비춰 섬세한 레이스·자수 등이 돋보이도록 연출했다. /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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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의 전시 행진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일부 고급 브랜드에선 한국이 국가별 매출 5위 안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패션 홍보대행사 엠퍼블릭 문지현 대표는 "한국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과거 일본에서 열렸던 전시회가 옮겨 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명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열망이 한풀 꺾인 것도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을 안달 나게 했다. 고급 제품이 흔해지자 브랜드 이름값보다는 개성과 취향이 중요해진 것.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트렌드코리아'에서 이런 현상을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약진'으로 설명했다. 붐을 이룬 럭셔리 예술 전시는 한국 시장에서 불어닥친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해나가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전시가 최근 집중된 이유도 눈길을 끈다. 브랜드들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하지만 결과적으론 최적의 시점이 됐다. 국정 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문화로 눈 돌릴 분위기가 다시 찾아왔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무거운 사회 분위기 때문에 화려한 행사를 자제하던 추세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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