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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한국의 가계부채’ 해외석학의 진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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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프 미안 “한국, 가계빚 대응 안일” … 크리스토프 안드레 “저금리 정책 적절치 않아”

세계일보

일촉즉발의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경계할 만한 수준이다. 소득에 비해 상환부담이 지나치다. 경제가 좀비화하는 일본식 저성장이 재연될 수 있다. 한국 가계부채에 대한 해외 석학의 진단이다.

아티프 미안(Atif R. Mian)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크리스토프 안드레(Christophe Andre)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8일 오전 서울 명동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가계부채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미안 교수는 2014년 가을 국내에 소개된 책,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의 저자다. 그는 이 책에서 역사적으로 가계부채가 경기 침체의 근본 원인임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두 석학은 이날 금융연구원 주최로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제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응한 정책과제’ 국제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미안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위기 수준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안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드레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적으로 이자율이 상승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취하고 있는 저금리 정책은 적절하지 않다”며 “(금리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일보

크리스토프 안드레(Christophe Andre)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코노미스트


- 가계부채는 경제위기의 전조현상인가.

“한국 가계부채는 주택문제와 연관이 크다. 이자율은 세계적으로 큰 이슈인데 한국에서는 집값 상승률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 한국경제가 가계부채 문제로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없지만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안드레)

- 한국 가계부채는 부동산 중심 단기부양책의 결과다.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정부의 6·19부동산대책으로) LTV(주택담보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정이 강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가계부채의 취약점은 서민들에게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연착륙시키면서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조치가 필요하다.”(안드레)

- 부채 문제를 어떻게 연착륙시켜야 하나.

“가계부채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금껏 가계가 매월 갚아나갈 수 있는 수준보다 너무 많은 빚을 허용했다. 이를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리스트럭처링(재조정)해야 한다. 일정 부분은 법적 제재도 필요하다.”(미안)

- 유럽 선진국에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가 많다. 왜 한국 가계부채만 유독 문제가 되는가.

“덴마크, 스웨덴 등은 소득에 비해 빚의 비율이 높다. 하지만 유럽복지 국가의 경우 주택을 소유하기도 하지만 금융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이게 핵심이다. 복지제도가 잘되어 있어서 은퇴 후 연금도 많이 받는다. 그걸로 빚을 갚을 수 있고, 실업률이 높아도 실업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금전적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재취업을 위한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재고용 시장이 활발해 다시 일자리를 찾아서 자립할 수 있는 제도가 구비돼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가계부채 증가에 더 취약하다. 한국에는 특히 고금리 빚에 짓눌린 가구들이 많다.”(안드레)

세계일보

아티프 미안(Atif R. Mian)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 한국경제가 거품이 꺼진 뒤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일본 사례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은 거품이 꺼진 뒤 성장이 아주 느려졌다. 빚이 많고 현재 제로금리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누구나 다 돈을 빌릴 수 있어서 비효율적인 곳에 자금이 투자돼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도 문제다. 이것은 순차적으로 은행 시스템과 경제 전체를 침체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경제가 좀비화할 수 있다. 한국도 과도한 빚에 의존하게 되면 일본처럼 위험할 수 있다.”(미안)

- 새 정부 들어 대출 최고금리를 20% 이하로 낮추고, 가계부채를 탕감해 주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그렇게 일률적으로 하기보다는 ‘가계별 맞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나을 것 같다. OECD 몇몇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개별적으로 채무조정에 관해 상담해 주는 맞춤형 상담사들이 활동한다. 이들은 각 가정을 찾아다니며 채무조정에 도움을 준다.”(안드레)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신용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신용을 늘려주는 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연구결과가 없다. 금리를 끌어내려 빚을 쉽게 내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채무자가 갚을 수 없는 정도의 빚을 지는 상황에서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미안)

글=류순열 선임기자, 김라윤 기자 ryoosy@segye.com, 사진=이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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