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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靑 “국민 뜻 알아보자는 것” vs 전문가 “답 정해 놓은 요식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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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공론화위원회 놓고 대립 / 공사 중단 시 2조원 대 매몰비용… 우려 목소리 높아지자 靑서 진화… ‘저의’ 거론하며 반대세력에 경고 / 원자력 전문가·업체 비판 잇따라… “대통령 지지율 믿고 밀어붙이기… 공사중단땐 일자리 대거 사라져”

정부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공론화 지원 절차에 착수하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비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시민배심원단에 원전 건설 중단 여부의 결정권을 주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점과 3개월로 예고한 공론화 기간이 적절하느냐다. 원자력 업계·학계에서는 국가 전체 에너지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짧은 시간에 비전문가 논의에 맡겨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원전에 관한 국민 의사를 정확히 알아보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계일보

공사 일시 중단 28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 4호기(왼쪽) 옆으로 공사가 일시 중단된 5, 6호기 건설 현장의 모습이 보인다. 전날 정부는 신고리 원전 5, 6기 공사 영구중단과 관련한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울산=연합뉴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고리 원전 5, 6호기가 건설돼 가동에 들어가면 원전 반경 30㎞ 안에 320만명이 거주하게 된다”며 “도대체 원전에 관한 국민의 뜻이 뭔지는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비전문가들에게 영구중단 결정을 맡기는 것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원전에 관한 한 지금껏 전문가 결정에 따라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가장 좁은 지역(부산 기장군·울산 울주군 일대)에 가장 많은 원전이 모여 있는 현재 상황을 가져왔다”며 “비전문적으로 결정한다거나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라 사회적 공론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론화 착수 배경을 “대통령의 고뇌, 혹은 우리 사회가 원전에 대해 가진 고뇌를 (공사) 잠정 중단이라는 어려운 결정으로 끌고 가게 됐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 문제와 관련해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다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의’라는 표현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기후변화나 안전 문제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커지며 탈원전·탈석탄 논의는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의제로 부각됐다”며 “그런데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미리 걱정하면서 (정부 정책을) 지적하는 것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으려는 한국 사회의 고뇌를 처음부터 공론의 장에 올리지 않으려는 의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전력수요가 얼마인지,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다 계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중단 시 대안 부재에 관한 지적에는 “그나마 깨끗한 에너지인 LNG(액화천연가스)가 하나의 대안이고, 46개국 중 45위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28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남창옹기종기시장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론화위원회 구상을 놓고 원자력 전문가들은 결국 답을 정해 놓고 하는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정부가 공론화 기간으로 잡은 3개월이 수조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국가적 결정을 내리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으로는 터무니없이 짧다”며 “비전문가인 시민배심원단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된 대규모 공사의 강제 중단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회 관계자는 “이미 공사가 30% 가까이 진행된 신고리 원전 5, 6호 건설 사업에는 수백개 업체와 수많은 인력이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사 영구중단 시 매몰비용을 2조6000억원으로 추산하지만, 소송이나 각종 이자 비용까지 감안하면 액수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태영·김승환·박영준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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