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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정부에 공 넘긴 조희연 “외고·자사고 폐지, 교육감 권한으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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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평가 통한 일반고 전환은 비현실적”

'재지정 평가→일괄 탈락' 은 소송, 반발 가능성 커

“정부가 법령 고쳐 일괄 폐지 또는 단계적 전환해야”

대신 서울 자사고 선발 방식, 추첨제로 전환 유도

자사고 “환영” 전교조 “특권학교 눈치보기” 비판

중앙일보

2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영훈국제중 등 5개교의 재평가 결과와 향후 고교체제 개편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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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ㆍ외고의 ‘단계적 폐지’를 공언했던 경기도교육청과 달리 외고ㆍ자사고 4곳(서울외고ㆍ경문고ㆍ세화여고ㆍ장훈고)과 특목중(영훈국제중) 등 5개 학교를 재지정한 건 교육감 권한의 한계, 학교ㆍ학부모의 반발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가를 통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타당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앞서 13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재지정 심사(성과 운영 평가)를 통해 도내 10여개 외고ㆍ자사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에 따라 외고ㆍ자사고 존폐 여부에 대한 논쟁이 확산됐다.

조 교육감도 이 교육감 등 다른 진보교육감들처럼 자사고ㆍ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은 같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경기도식의 ‘평가를 통한 전환’을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자사고와 외고는 5년마다 관할 교육청의 평가를 거쳐 재지정된다. 평가 취지는 자사고, 외고가 학교 지정 취지에 맞게 정상 운영했는지를 심사·평가하는 게 원칙이고, 평가 지표도 정해져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만일 평가에서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뒤 기준 미달이라며 탈락시키거나 지표를 변경한다면 제도 취지에 벗어났다는 비판, 해당 학교, 학부모들과의 법적 분쟁을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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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육감은 취임 직후(2014년) 공약대로 자사고 지정 취소에 나섰다가 거센 반발에 좌절했던 경험이 있다. 시교육청의 다른 관계자는 “서울은 자사고ㆍ외고(총 29곳)가 경기도(총 10곳) 보다 해당 학생·학부모가 훨씬 많아 반발도 더 하다.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도 있어 신중한 태도로 접근해왔다”고 전했다. 이날 재지정 평가 결과의 발표를 앞두고 자사고ㆍ외고와 학부모의 항의 성명, 집회가 이어졌다.

대신 조 교육감은 ‘공’을 정부에 넘겼다. 조 교육감은 이날 “시도 교육청의 권한에서는 자사고ㆍ외고 폐지를 이루기가 힘들다. 중앙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두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전국 외고ㆍ자사고를 일반고로 동시에 전환하는 방식, 또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학교별로 5년마다 오는 재지정 평가 시기에 맞춰 연차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정부에 자사고ㆍ외고의 전형 시기를 일반고와 신입생 모집과 동일한 시기로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일반고 보다 앞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ㆍ외고의 전형을 일반고와 동시에 실시해 ‘우수학생 쏠림’을 완화하자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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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학부모들의 자사고 및 외고 폐지 반대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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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육감은 “자사고에서 적극적으로 ‘선지원 후추첨’ 방식을 권유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번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장훈고와 경문고는 내년부터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키로 했다. 현행 자기소개서, 면접을 폐지하고 지원자 중 추첨으로 뽑게 된다. 윤오영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현 중3은 기존 방식대로 선발하되, 향후 자사고와 외고에 지원한 학생을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외고ㆍ자사고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다음달 초 신설될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교육회의에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결정에 대해 찬반이 엇갈렸다. 전국자사고교장연합회장인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재지정 결정은 서울 자사고가 도입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로서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 정부가 자사고 폐지를 추진할 경우에도 반대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사고학부모연합 관계자는 “앞으로도 교육청과 교육부를 상대로 자사고 폐지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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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자율사립고 학부모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친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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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사고의 신입생 선발을 추첨제로 전환하겠다는 시교육청의 방침엔 반대했다. 서울 자사고의 한 교장은 “결국 일반고와 똑같이 추첨만으로 학생을 뽑고,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를 받으라는 이야기다. 자사고가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옥죄려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자사고ㆍ외고의 폐지를 주장해온 전교조는 조 교육감을 비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의 이성대 대외협력실장은 “서울교육청이 일부 ‘특권학교’ 학부모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일반고의 정상화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천인성ㆍ박형수 기자

guchi@joongang.co.kr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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