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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김기춘 "블랙리스트 본 적 없다…나이든 게 자랑은 아니지만 3~4일 전도 기억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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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공무원 사직 강요도 "개인적 안면, 사표 강요 동기 없다" 부인

조선일보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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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는 28일 재판에서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문화예술계 인사관리 명단이 작성된 게 사실이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그런 사실 자체를 재임 중에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명단을 만들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보고를 받거나 명단을 본 일이 없다”며 “법정에서 여러 증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일이 있었나’ 짐작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명단에 있는 단체 등을 지원에서 배제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도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언론 보도로 처음봤다”며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문체부 공무원들에게 사표를 받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사직서를 낸 분들과 면식이 없고, 그들이 일을 못 한다고 불만을 갖지도 않았다”며 “사직을 강요·종용할 어떤 동기도 없다는 말을 드린다”고 했다.

특검이 ‘시도 문화재단의 좌편향 일탈 행태 시정 필요’라는 제목의 국정원 문건을 제시하자 김 전 실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이든 게 자랑은 아니지만 3~4일 전 모임에서 있었던 일도 잘 기억이 안 난다”며 “국정원 등에서 정보보고가 오면 보고나서 해당 수석에게 보내주거나 파기하는데 하도 많은 문건을 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영화 ‘변호인’에 대해 “부림사건을 소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한 영화로 안다”며 “본적은 없지만 논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가치관에 대해) 말하기는 곤란하다”며 “제재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현재 한국사회가 좌편향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좌편향됐다는 인식을 갖고있던 건 사실”이라며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 등에 대한 강한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 체제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많이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을 방청석에서 듣던 한 여성은 “뭘 모르느냐.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쳐 퇴정 조치됐다. 이 여성은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주장하며 “(김 전 실장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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