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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비즈 칼럼] 카드수수료 정책 ‘윈윈’의 묘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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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새 정부 공약에 따라 카드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가맹점의 범위가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전체 가맹점 260만 개 중 87%인 226만 가맹점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 받게 된다. 반대로 카드사는 3500억원의 수익이 감소된다. 지난해 약 6700억원의 가맹점 수수료인하를 합하면 총 1조원이 넘는 부담에 카드업계는 시름이 깊다. 가맹점 수수료는 2007년부터 총 9번 인하됐다.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까. 카드사는 화수분처럼 수익을 내고 있어서 수수료 인하 여력이 아직도 많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진단해보면 카드사의 시름은 엄살이 아니다. 2015년부터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줄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조달비용은 감소하고 카드 이용액은 13%나 늘어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10% 감소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카드이용액이 44%나 증가했는데 당기순이익은 6% 늘어나는데 그쳤다. 택시회사로 치면 운행거리는 급격히 늘어났는데 수입은 정체상태인 셈이다. 카드사 미래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카드결제시스템의 효용에 관한 가맹점의 오해도 있다. 카드 한 장으로 생수 한 병부터 자동차까지 살 수 있고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결제 편의성이다. 이러한 결제시스템의 유지 비용 중 하나가 가맹점수수료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비용이 보이지 않는 효용보다 크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소비자를 위한 무이자 할부 등 각종 부가서비스는 결국 가맹점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카드결제시스템의 유지비용을 축소하면 이러한 효용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가맹점수수료라는 실타래를 풀기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 가맹점수수료 산정체계는 가맹점수수료율을 3년마다 재산정하도록 되어 있다. 당장 소상공인 입장만 고려해 이 원칙에서 물러나면 카드사뿐 아니라 가맹점 입장에서도 매출감소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다행히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러한 원칙대로 카드수수료율은 2018년에 종합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장기적으로는 원칙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원칙 자체를 변화된 환경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한다. 카드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를 기반으로 수수료율을 정하되 소규모 가맹점을 위해 특별히 우대수수료율을 예외적으로 적용토록 한 것이 현재의 수수료 체계의 기본철학이다. 그런데 예외가 전체 가맹점의 87%이다. 좀 이상하지 않는가.

정책의 균형된 조합이 요구된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소상공인의 수입을 증대할 수 있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수익이 급감하는 카드업계에도 규제완화라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카드사 앞엔 4차 산업혁명의 태풍이 불고 있다. 대비할 여력이 필요하다.

카드업계는 향후에도 경영을 합리화하고 고객의 결제편의성을 개선하여 소비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4월에 설립된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을 통해 소상공인과 상생코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카드사 수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외풍이 몰아치는 상황은 견디기 어렵다. 화살을 멀리 보내기 위해 활시위를 너무 세게 당기면 활이 부러진다. 활로가 필요하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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