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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사해행위 제척기간, 세무공무원 인지시점부터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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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해행위취소소송 제척기간 기준 제시한 최초 판시

"다른 산하기관 인지시점, 사해행위 발생시점이라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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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제때 세금을 거두지 못해 발생한 조세채권에 대해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한 '사해행위'를 했을 경우, 그 사실을 담당 세무공무원이 알게 된 날부터 제척기간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국가가 A사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해행위의 제척기간은 다른 공무원이 아닌 조세채권의 추심·보전 등 업무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세무공무원이 체납자의 재산 처분행위 사실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해행위의 존재와 체납자에게 사해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인식할 때 국가도 그 시점에 취소원인을 알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제척기간은 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해 법률상으로 정하여진 존속기간을 의미한다.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모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 B사가 부실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게 되자 2009년 4월 A사를 설립한 뒤 B사의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양도받아 영업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B사는 양도계약체결 당시 지식재산권 이외 별 다른 재산이 없었던 반면, 국가에 대해 조세채권 합계 약 4억3168만원 등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A사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한 사해행위를 했다고 보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회사의 기술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채무 약 56억3082만원은 A사가 대위변제했다.

A사 측은 조세채권의 제척기간은 1년으로, 이미 그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A사는 Δ2010년10월 특허청 지적재산권 이전등록 접수 Δ2011년 3월 B사 표준대차대조표 신고 Δ2012년 4월 체납추적조사(추정) 등 시점부터 국가가 취소 원인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소를 제기한 2014년 3월14일로부터 1년 훨씬 이전이라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2013년 6월 특허청으로부터 특허원부를 송부받은 후 사해행위를 알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1, 2심은 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소송의 대상이 된 각 지식재산권의 권리이전등록 말소등록절차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양도계약은 정부 등 다른 채권자들을 배제하고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채무만 일부 변제하려는 부정한 의도 아래 체결한 것으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사와 B사 모두 당시 계약이 정부 등 다른 채권자를 해하는 것임을 능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추심 및 보전 등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이 그 취소의 원인을 알게 된 날을 국가가 그 취소의 원인을 알게 된 날로 봄이 타당하다"며 "만약 국가산하 어느 기관을 기준으로 한다면 국민의 방대한 재산관계 자료를 보유·관리하고 있는 국가 입장에서는 사실상 언제든 사해행위 시점에서 그 취소의 원인을 알게 됐다고 봐야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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