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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김동환 기자의 수요돋보기] 버스와 승객 위한 50cm…욕심내지 말고 양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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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귀갓길 버스에서 내리다가 하마터면 사고를 당할 뻔했다.

카드 찍은 뒤, 무심코 내린 A씨 앞으로 자전거 탄 한 남성이 쌩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놀란 것도 잠시, A씨는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었다. 엄연히 버스가 서는 정류장이고, 무엇보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구역’에서 다른 이의 안전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자기만 생각하는 이가 아직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A씨는 “자전거와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사고가 났으면 어쩔 뻔했느냐”며 “뒤에서 따라 내리던 다른 사람은 거친 말까지 내뱉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서울 종로구의 한 버스 정류장. 10여개 노선이 정차하는 이곳은 한번 버스들이 진입하면 최대 5~6대까지 늘어선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버스 정류장. 이곳은 정차하는 버스가 10여대나 될 만큼 수많은 노선이 겹치는 곳이다. 신호등 한 번만 받으면 줄줄이 서는 버스가 최대 많을 때는 5~6대까지 늘어선다.

여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배달용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 1대가 내리는 문이 열리기 전 재빨리 버스와 인도 사이로 지나가는 아찔한 광경이 벌어졌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버스 타려던 시민들이 놀라 뒷걸음질까지 쳐야 했다.

같은 날, 서울 청량리의 한 도매시장 인근에서 본 정류장 풍경도 비슷했다. 오히려 짐 꾸러미를 든 노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시장 배달용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가 버스 사이를 누벼 지나는 이들을 수시로 놀라게 했다.

앞서 종로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버스가 인도 쪽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데도 오토바이가 들어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려고 그러느냐”고 어이없어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버스와 인도 사이를 무리하게 지나가려다 포기하고는 잠시 멈춰서는 광경이 종로구 일대 버스 정류장에서 이따금 관찰됐다.

한 남성은 버스가 서기 전 틈새를 지나려다 정류장에 선 사람들을 보고는 급브레이크를 밟더니 민망한 듯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쳐다보기도 했다.

세계일보

서울 종로구의 한 버스 정류장. 10여개 노선이 정차하는 이곳은 한번 버스들이 진입하면 최대 5~6대까지 늘어선다.


다음날(27일)도 같은 정류장을 지켜봤다. 이번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 때문에 정류장 진입 중 급제동 거는 버스가 보였다.

정류장에 선 몇몇 이용객들이 빈 택시를 향해 손짓하면서 다가서는 버스 앞으로 갑자기 택시가 끼어드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언제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성이 버스 정류장 주변에 늘 도사리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버스 정류장 불법 정차나 자전거, 오토바이 등의 무리한 끼어들기를 금지하는 움직임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종로구 일대 도로에서 교통경찰들이 수시로 단속을 펼치기는 했으나, 원활한 흐름을 위한 것일 뿐이었다.

지난 2015년에는 부산 금정구의 한 정류장에 선 버스에서 내리던 여성이 인도와 차량 사이를 무리하게 지나려던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좁은 틈으로 빠져나가려던 오토바이 때문에 애꿎은 시민만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서울의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정류장에 되도록 가깝게 차를 세우도록 기사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며 “다행히 최근에는 정류장에서 사고를 겪은 기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에 따르면 버스는 가로변 정류소의 경우 도로 경계석으로부터 50cm 안에 서게 되어 있다. 만약 이를 운수 종사자(기사)가 어기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사들이 가능한 차를 인도에 가깝게 세우려 노력하지만, 이를 보고도 재빨리 지나는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있는 한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버스와 승객을 위한 50cm를 그들에게 잠시나마 양보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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