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사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국가적 손실도 생각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민배심원단 원전 운명 결정 / 찬반 둘러싼 국론 분열 불가피 / 탈원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탈(脫)원전의 불똥이 결국 건설 중인 원전의 일시 가동 중단으로 튀었다. 정부는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하고 공론화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중립적 인사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일정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나온 결정이다. 신고리 5·6호기는 지난해 6월 건설허가를 얻은 뒤 공정률 28.8%를 기록 중이다.

어제 결정은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에너지정책 공약의 하나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은 연장하지 않겠다”며 ‘탈핵 시대’를 선언했다.

원전은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안전성을 이유로 원전을 무조건 죄악시할 수 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원전을 중단할 경우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신고리 5·6호기에는 1조6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상태다. 향후 공사 중단 결정이 내려진다면 민간 업체 배상금을 포함해 2조600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다. 공사에 참여한 수백 개 업체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원전 찬반을 둘러싼 심각한 사회적 갈등도 걱정거리다. 자칫 김대중정부 시절 공사 재개 여부를 놓고 엄청난 국론 분열을 겪었던 새만금 간척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울산시의회는 19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고, 울주군 주민 900여명은 서울로 올라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반면 원전 중단에 찬성하는 울산 지역 40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시의회의 결의안을 공개적으로 성토했다. 앞으로 공론화 과정이 본격화하면 찬반 갈등은 전국으로 번질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

탈원전 정책은 임기 5년의 단임 정권이 조급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의 에너지 수급과 비용 등을 두루 따져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책 없는 탈원전으로 훗날 에너지 대란을 자초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