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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Oh!쎈 리얼①] '리얼', 두 유 노우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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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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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장진리 기자] "그래서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야?"

영화 '리얼'(이사랑 감독)이 처음으로 베일을 벗은 시사회 직후 가장 많이 들려온 말이었다. 2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리얼'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는 시사 이후에도 여전히 풀지 못한 물음표들이 뒤섞였다. "대체 뭘 봤는지 모르겠다", "2시간 내내 집중했지만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시사 후 당연히 풀려야 할 '리얼'의 미스터리는 더욱 미궁에 빠진 모양새다.

강렬 액션 느와르를 표방했지만, 사실 '리얼'은 해리성장애를 겪는 장태영(김수현)의 심리를 따라가는 심리극에 더 가깝다. 서울 내에서 대형 카지노 시에스타를 오픈한 암흑가의 보스 장태영,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의문의 투자자 장태영. 이름뿐만 아니라 생김새마저 똑같은 두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리얼'의 주된 줄거리다.

문제는 이 이상의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총 137분이라는 러닝 타임 내에 수많은 이야기를 심어놨지만, 좀처럼 머리에 와닿지 않는다. 영화의 장면장면은 개연성이 있는 한 편의 이야기라기보단, 잘 만들어진 광고 혹은 뮤직비디오를 얼기설기 엮어둔 '김수현의 영상집'에 가깝다.

2시간이 넘게 스크린을 지배하는 '리얼'의 화려한 색감은 그나마 볼거리에 가깝다. 무언가에 취한 인물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처럼, '리얼' 속 이야기는 빨강, 초록, 노랑 등 과장된 색깔들로 대표된다. 그러나 껍데기만 화려할 뿐, 속이 비었다. '리얼' 속 정욕과 마약에 취하고, 해리성 장애까지 겪으며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인물들의 상태처럼 '리얼' 속 이야기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 어떤 말로도 설명될 수 없으니 제작비를 쏟아부은 화려한 장면 역시 관객의 가슴에 와닿지 못하고, 깃털처럼 한없이 가볍게 날아가고야 만다.

그나마 김수현이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날고 뛰면서 제 몫을, 아니 그 이상을 해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1인 2역이 아니라, 1인 4역에 가까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김수현이 없었다면 '리얼'은 지금 이상의 재앙 그 자체가 될뻔했다. 공개 전 전라 노출로 먼저 이슈를 모았지만, 배우로 본격 행보를 시작한 설리(최진리)의 파격 변신 역시 합격점을 줄만하다. 이성민, 조우진, 성동일 등 믿고 보는 충무로의 대표 배우들 역시 다소 기괴할 수 있는 캐릭터의 중심을 잡았다. "스토리상 편집됐다"지만 이경영의 깜짝 출연 역시 '리얼'을 지켜보는 또다른 재미다.

'리얼'은 시사회가 진행된 이후 오히려 더욱 화제다. 일부에서는 '리얼'을 시대의 저주받은 걸작, 혹은 시대가 낳은 최고의 망작으로 꼽히는 '클레멘타인'과 비교하기도 한다. '리얼'은 "살아있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건 바로 '클레멘타인'", "이 영화를 보고 암이 나았다" 등의 영화평으로 길이길이 기억되고 있는 '클레멘타인'과 대적할 작품으로 급부상하는 '웃픈' 영광을 안게 됐다. 과연 어느 쪽이 더 관객의 심금을 절절하게 울릴지는 이제 직접 작품을 보고 판단할 관객의 눈에 달렸다.

연출을 맡은 이사랑 감독은 '리얼'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 영화는 마술쇼다.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눈과 귀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마술에 트릭이 있듯이 '리얼'에도 몇 가지 트릭을 심어놨는데, 그 비밀을 알면 생각보다 영화가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는 아닐 것 같다. 어떤 이야기라고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여기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단 하나의 의미로도 해석이 불가한데,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리가 없다. /mari@osen.co.kr

[사진] '리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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