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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77] 여전사 아마존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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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전투의 한순간이다. 말을 탄 무사가 바닥에 쓰러진 적을 향해 왼쪽에서부터 질주한다. 짧은 망토 휘날리며 오른팔을 높이 쳐든 것으로 보아 창으로 내리찍으려는 모양이다. 망토를 두른 전사가 그 앞에 또 한 명 있다. 쓰러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거침없이 뛰어올라 적을 방패로 밀어붙인다. 방패도 덩치도 더 큰 상대방은 그 기세에 눌려 주춤주춤 뒤로 밀려간다. 겁나게 잘 싸우는 이 용맹한 군인들은 바로 전설 속의 아마존 여전사들이다. 현대인들에게 '아마존'은 인터넷 상점이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무섭고도 매혹적인 여자들의 나라다.

조선일보

아마존 전쟁, 기원전 350년경, 대리석, 약 89×180㎝, 런던 영국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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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터키의 보드룸에 있던 고대 도시 할리카르나소스의 태수 마우솔로스를 위한 거대한 영묘(靈廟)에는 긴 벽을 따라 그리스인들과 아마존인들 사이의 전쟁 장면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는 강인한 여전사와 싸워 이기는 영웅담이 수차례 등장하는데, 이 장면은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얻기 위해 전쟁을 치렀던 헤라클레스의 신화를 묘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길게 펼쳐진 조각 속에서 아마존 전사들은 근육질의 건장한 몸으로 창과 도끼를 세차게 휘두르며, 자유자재로 말을 부린다. 그들은 비록 패배했지만, 그 누구도 승자 앞에서 비굴하게 자비를 구걸하지 않는다. 그리스인들이 건물과 도자기에 아마존 전쟁을 그려 넣었던 이유는 이토록 위대한 전사들에게 거둔 승리를 두고두고 자축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인들이 활 쏘는 데 방해가 된다며 한쪽 가슴을 도려냈다는 설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기서도 보다시피 그녀들의 가슴은 온전하다. 가슴이 있다고 활을 못 쏘지 않는다. 사실 가슴이 방해되어 못할 일은 없다. 다만 그럴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방해될 뿐이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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