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사설] 이틀 앞둔 한미정상회담…158일째 공석인 주한 美대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저께와 어제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오는 29·3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어제는 역대 주미 한국대사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한미 관계와 정상회담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마주 앉는 자리는 그다지 편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청와대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듯하다. 문 대통령을 수행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 회담을 열흘 앞두고 취임했다. 이번 회담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그동안의 이런저런 마찰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의 신뢰관계를 더욱 굳건히 다지는 자리가 돼야 하는데 그를 위한 소통과 조율이 불충분한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바로 이런 때 양국 정상 사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이가 바로 주한 미국대사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둔 오늘까지도 그 자리는 비어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임명한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지난 1월 20일 귀국한 후 오늘까지 158일째 공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태 후임자를 지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작년 11월 초 당선 후 한 달도 안 돼 공화당의 거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0년 지기인 테리 브랜스태드를 주중 대사로 지명했다. 주일 대사로는 올해 초 월가의 금융인 출신 윌리엄 해거티를 지명했다. 하지만 주한 대사는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지금 당장 지명을 해도 상원 인준 절차까지 마치려면 몇 달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한미동맹은 역내 안정의 린치핀(핵심축)이라는 미국 정부가 이토록 오랫동안 주한 대사 자리를 비워 놓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이러니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어나는 것이다. 리퍼트 전 대사는 전임자(성 김) 귀국 후 6일 만에 부임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한미 간 사드 배치와 통상 문제를 비롯해 온갖 민감한 현안들이 쌓이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간 소통과 공조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주한 미국대사를 하루라도 빨리 지명해야 한다. 그 자리가 비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양국 조야에서 동맹의 결속을 해칠 상호 불신과 오해의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