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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총부채 520兆 ‘자영업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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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자영업자 150만 명의 총부채가 1년 전보다 60조 원 늘어난 520조 원에 이르렀다는 금융감독원의 분석이 나왔다. 1인당 3억5000만 원꼴로 빚을 진 자영업자들은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1.9%로 일반 상용근로자(30.5%)보다 크게 높았다. 자영업자대출 중 160조 원(30.8%)은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이어서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 시 연쇄적으로 부실화할 우려도 있다.

자영업자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년퇴직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작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한 사람들이 잇달아 창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치킨집 커피전문점 등이 포함된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12년 이후 3년 동안 3만3000개(22.9%)가 늘었고, 편의점 사업자는 최근 1년 동안에만 4000명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20%가 넘는 ‘자영업 공화국’이 한국 고용시장의 현주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곳은 그리스 멕시코 이탈리아 등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뿐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자영업시장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퇴직금에 은행돈까지 빌려 창업한 사람들 중 절반이 하루 12시간 이상 중노동에 시달리지만 월세와 인건비를 내고 나면 생활비 대기도 빠듯하다.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이 종업원 한 명 없는 1인 사업자인 것은 ‘가족 인건비 따먹기’로 전락한 우리 자영업의 실태를 보여준다. 프랜차이즈 수수료 등 고정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추후 최저임금까지 오른다면 자영업자는 손쓸 수 없는 빈곤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 대책만 10건이 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형 유통업체 의무휴일 지정, 동종 업종 거리제한, 과밀 업종에 대한 대출 제한 등 임시방편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준비된 자영업자만 시장에 진입하도록 유도하고 경쟁력 없는 사업자는 점진적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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