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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한겨레 사설] 코미디 같은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징계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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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 징계 문제를 놓고 각 시·도 교육청이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규정상으로는 검찰의 처분 통보가 넘어온 뒤 한달 이내에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데,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이다. 제자를 잃은 교사의 마음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도, 징계 여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현실 자체가 한 편의 코미디와 같다.

이번에 징계 대상에 오른 교사들은 2014년 5, 6월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기소유예 124명, 정식재판 회부 24명, 약식기소 36명 등의 처분을 했고, 처분 결과를 5월에 시·도 교육청에 통보했다. 검찰이 사건을 3년 가까이 쥐고 있다 교육청에 통보한 것도 문제지만, 뒤늦게 교육청이 징계 문제로 고민하는 것도 우습긴 마찬가지다. 얼마나 명분 없는 일이면 검찰이나 교육청이나 질질 끌며 회피하려고 했을까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어린 학생들이 숨진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참사의 근원인 정권의 책임을 묻는 건, 시민으로서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하물며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야 오죽했겠는가. 그런 교사들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박근혜 정부 처사는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었다. 그렇게 무자비한 정권의 말로가 어땠는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봤다.

박근혜 정권은 무너졌어도, 잘못된 규정에 기반한 징계는 여전히 살아서 교사들을 괴롭히고 있다. 검찰 통보가 오면 징계의결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더라도, 각 시·도 교육청은 정의롭지 않은 징계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마땅하다. 지난 정부에서 교사들을 고발했던 교육부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적극 나서야 한다.

더 근본적으론, 교사를 비롯해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과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이참에 개정해야 한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 중에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이렇게 옥죄는 나라는 없다. 심각한 정파적 편향으로 공무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 아닌 이상, 교사와 공무원에게 집단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반인권적 법조항이 살아 있으니 이번과 같은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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