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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브렉시트 협상 개시… 10월까지 탈퇴조건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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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 이혼합의금 後 미래관계 논의/ 英, EU 측 주장 고스란히 수용/“메이 조기총선은 실패한 도박”/ 英 언론들 ‘협상력 약화’ 우려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일정 논의에서 탈퇴 조건을 먼저 조율한 뒤에 미래 관계를 따지자는 EU 측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탈퇴 조건과 미래 관계를 동시에 논의하자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국정 장악력이 극도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가 주장해 온 ‘하드 브렉시트’ 노선도 일부 수정될 여지가 있다. 지난해 7월13일 ‘제2의 대처’가 될 것이라는 호평 속에 영국의 리더가 된 메이 총리가 사퇴 압박까지 받게 된 것은 조기총선이라는 실패한 도박에서 비롯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1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날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협상 수석대표와 미셸 바르니에 EU 측 협상 수석대표가 이끄는 협상단은 7시간여에 걸친 첫 공식 회의에서 우선협상 의제와 협상 일정 등을 정했다. 오는 10월까지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국민 300만명과 EU 국가에 사는 영국민 100만명의 권리 문제, 이혼합의금으로 불리는 영국의 EU 재정기여금,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 등 EU가 내세운 3가지 의제를 우선 협상하기로 했다. 데이비스 영국 수석대표는 메이 총리가 22∼23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EU 회원국 국민의 권리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메이 총리가 탈퇴 조건과 미래 관계를 동시에 따지자는 기존 주장을 철회한 셈이다.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세 가지 의제 논의에 진전이 있으면 EU와 영국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미래 관계는 10월 이후에나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진행된 가운데 미셸 바르니에 EU 측 협상 수석대표(오른쪽)가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협상 수석대표와 함께 향후 일정에 대한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가디언은 “조기총선 패배와 테러 등 잇따른 악재, 런던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에 대한 미흡한 대처 등으로 메이 총리가 궁지에 몰렸다”며 “그가 원했던 ‘강한 협상력’이 실현되지 못하면서 브렉시트 협상에서도 끌려다니게 됐다”고 우려했다. 인디펜던트는 “2017년 영국 총선은 실패한 도박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메이 총리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와 집권 보수당이 나아갈 방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가 제안한 조기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보수당 일각에선 유럽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모두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총리의 국정 장악력이 약하다는 점은 재정기여금 규모 등 사안별 협상에서도 영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 총리가 취임 1주년을 제대로 맞을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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