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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내년엔 브라질 삼바 퍼레이드 못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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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신자 리우 시장 “삼바학교 예산 절반 삭감”

경향신문

300년 가까운 전통의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은 브라질 문화의 상징이다. 그런데 내년 2월에는 리우 카니발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취임한 시장이 카니발의 하이라이트인 삼바 퍼레이드 예산을 절반으로 깎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마르셀루 크리벨라 시장(사진)이 지난 12일 “삼바학교에 지원금을 종래의 절반 수준인 1200만헤알(약 41억3000만원)만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대신 그는 유치원 지원금을 늘리고 아동수당을 올리겠다고 했다. 삼바학교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현지 언론 오글로보 등은 리우데자네이루삼바스쿨독립연맹(LIESA)이 최근 성명을 내고 “2018년 카니발 예산이 절반으로 삭감되면 카니발은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19일 보도했다.

LIESA에는 카니발에서 삼바 경연을 벌이는 최상위 그룹의 13개 삼바학교가 소속돼 있다. 1929년부터 시작된 삼바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학교는 현재 200개가 넘는다. 조르주 카스타네라 LIESA 회장은 “지원금이 50%로 줄면 삼바학교는 존립하기 어렵고 카니발 행진도 불가능하다”며 “카니발이 쪼그라들면 리우의 문화적, 예술적, 경제적 효과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벨라 시장은 보육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카니발을 줄이려는 배경에는 종교적 색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오랜 전통을 깨고 카니발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카니발은 리우 시장이 ‘삼바의 왕 모모’에게 사흘간 시의 통치권을 넘긴다는 뜻으로 황금 열쇠를 건네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를 거부한 것이다. 에두아르두 파에스 전 시장은 “이 축제가 리우에 뭘 의미하는지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크리벨라는 미국에서 건너온 복음주의 기독교 오순절파 ‘신의왕국세계교회(IURD)’의 사제였다. 이 교회는 엄격한 청교도적 교리를 강조한다. 브라질인 5명 중 1명이 이 종파의 신자로 추산된다. IURD는 막강한 재력을 소유한 권력집단이기도 하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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