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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코노미조선] 한국경제 미래 열 '새만금'…"여의도 140배 대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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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동북아 경제 허브 ‘새만금’
한국 경제 미래 여는 세계 자유무역 중심지 육성 계획
글로벌 기업 유치 위해 사업 용지 최대 100년 무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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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전북 익산역에서 내려 군산을 향해 차로 40여분을 달리자 바다 한가운데 한줄기 실선이 나타났다. 전북 부안 변산반도와 군산을 잇는 새만금 방조제였다. 방조제 길이는 33.9km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방조제 위에 직선으로 쭉 뻗은 4차선 도로에 차가 진입하자 그 웅장함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는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왼쪽 담수호에는 잔잔한 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 서울시의 3분의 2 크기 땅, 새로 생겨
새만금 지역은 해수면보다 1.6m 낮아 바다가 새로운 땅을 잉태하고 있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안내를 맡은 남궁재용 새만금개발청 대변인은 새만금(萬金)이라는 이름은 만경(萬頃)·김제(金堤) 평야의 앞 글자를 땄다고 설명해줬다. 그는 “새만금의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140배,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 크기”라고 했다. 새만금 사업으로 생겨나는 토지는 409㎢(1억2300만평)에 달한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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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에서 차로 30여 분쯤 달렸을까. 새만금을 가로로 관통하는 ‘동서도로 개발 현장’에 도착했다. 비포장 길로 들어서자,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화살표가 바다 한가운데서 맴돌았다. 지도에 없는 길 위에선 덤프트럭과 굴착기가 쉴 새 없이 오가며 새로운 길을 내고 있었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바윗덩어리를 쏟아내고, 수만 번에 걸쳐 진흙을 걸러낸 후 다지는 준설 작업을 거쳐야 하루에 도로 20m씩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신포항까지 연결되는 이 도로는 현재 31% 공정률로 2020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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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방조제는 총 길이가 33.9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다./사진=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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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 양쪽 중 어느 곳이 육지가 될 곳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설명을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020년이면 방조제 안쪽이 매립되고, 산업·관광레저·국제업무·환경·문화 기능을 고루 갖춘 도시로 태어나게 된다.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향후 10년, 20년 후 새만금은 중국의 상하이나 싱가포르처럼 글로벌한 산업·경제 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개발 사업’은 세계 최장의 방조제 안쪽으로 간척지 291㎢와 호소(湖沼) 118㎢를 조성하고, 여기에 글로벌 자유무역과 경제 협력의 중심지를 건설하는 국책 사업이다. 한반도 서남쪽의 전북 군산시·부안군·김제시와 닿아 있다. 새로 생기는 땅의 면적을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뉴욕 맨해튼의 5배, 파리의 4배, 바르셀로나의 약 3배에 이른다. 드넓은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옥하고 풍요로운 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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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월 31일 헬기를 타고 새만금 지역을 둘러보며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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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직접 추진… 개발 속도 빨라질 듯

새만금은 한국 경제의 미래 30년을 이끌어갈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았지만, 그동안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1991년 11월 첫 삽을 뜨며 방조제 공사에 돌입했지만 곧 바로 환경단체와 종교계,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진행은 더뎠다. 새만금 방조제가 준공된 것은 그로부터 19년 뒤인 2010년이었다. 현재 6대 핵심 용지(산업연구·국제협력·관광레저·농생명·환경생태·배후도시) 조성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용지 매립과 인프라 조성은 36%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새만금 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개발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5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만금 개발 현장을 방문해 새만금을 ‘환황해(環黃海) 경제 거점’으로 조속히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경제 허브이자 중국과의 경제 협력 중심지가 새만금”이라며 “매립이 필요한 부분을 공공매립으로 전환해서 사업 속도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당초 새만금 사업은 식량 자급을 위한 농지 조성 사업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국내 쌀 과잉 생산과 중국의 급부상 등 사회·경제적 상황이 바뀌면서 새로운 토지 이용 계획 필요성이 대두됐다. 토지 이용 계획 변경 논의가 시작된 이후 나온 첫 밑그림은 2007년 4월 발표된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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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개발 면적 가운데 농업 용지 비율을 71.6%로 줄이고, 산업 및 관광 용지 등 비농업 용지를 28.4%로 늘리는 것이 기본 구상안의 주요 내용이었다. 기본 구상안은 2008년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개발하는 내용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그해 10월 정부는 농지와 기타 용지 비율을 30% 대 70%로 바꾸는 기본 구상 변경안을 마련했다. 이 기본 구상 변경안에서 개발 방향은 농지 조성에서 산업·관광·신재생에너지 등 복합 용도 조성으로 확 바뀌었다.

2010년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 및 종합실천계획’이 발표됐으며, 2011년 이 계획의 미비점을 보완한 ‘새만금 종합개발 계획’이 나왔다. 그러나 국내외 도시의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합개발계획도 변경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고, 결국 2014년 이를 보완한 ‘새만금 기본 계획(Master Plan)’이 마련됐다. 이 기본 계획에 새만금 사업의 비전과 목표, 개발 전략 등 미래상이 담겨 있다.

기본 계획에 따른 새만금의 비전은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로 경제적·문화적으로 세계에 열린 ‘개방형 도시’이자 ‘글로벌 자유무역의 중심지’로 설정됐다. 국내 다른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등 해외 신규 투자 수요를 적극 끌어들여 새로운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는 ‘미래 대한민국의 경제 심장’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농업식량생산기지’ 조성을 위해 시작된 새만금 개발 사업은 이처럼 상황 변화에 따라 ‘동북아 경제 중심지’ ‘글로벌 자유무역 중심지’로 바뀌었다.

이 같은 새만금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초국적 경제 협력 특구 조성 △글로벌 정주·교류 거점 도시 △활력 있는 녹색 수변 도시 △수요자 맞춤형 계획 도시 △탈규제·인센티브 특화 도시 등 5대 목표가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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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지 한가운데를 동서로 연결하는 ‘동서도로’ 공사 현장. 현재 31% 공정률로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사진=C영상미디어 임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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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기업에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

특히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한류 확산, 광활한 부지를 활용해 새만금을 동북아 자유무역과 중간재 생산·가공·수출 핵심 거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한·중경제협력 단지를 중국 진출 교두보로 삼고, 한·EU, 한·일 등으로 경협 특구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새만금을 투자와 기업 활동에 장벽이 없고, 생활에 장애가 없으며, 사회·문화적 차별이 없는 ‘3무(無)’ 자유무역·투자 거점 지역으로 만들기로 했다.

새만금 사업은 2020년까지의 1단계, 2021년 이후의 2단계로 나뉘어 개발된다. 1단계는 경협 특구 조성을 통해 산업 용지, 신항만 및 기반시설 등을 구축해 민간 참여의 발판을 마련하고, 2단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글로벌 기업 유치를 통해 내부 개발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기업 유치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새만금 사업 용지는 최대 100년간 무상 임대가 가능하며, 법인세 및 소득세는 투자 액수에 따라 최대 5년 동안 100%, 이후 2년 동안 50% 감면받는다. 특히 100년간 임대 특례는 외국인 투자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국내 기업에도 허용된다. 지금까지 68개 기업이 새만금개발청과 투자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36%에 그친 용지 매립은 공공 주도로 전환하게 되면 원래 계획대로 2020년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또 도로를 비롯한 인프라 건설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은 “우선 바다 상태인 새만금을 매립해 땅이 드러나야 기업 유치 등 국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며 “정부가 매립 공사를 비롯해 기본 인프라를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면 새만금이 동북아시아의 거점으로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PLUS POINT
새만금은 중국 공략 최적지
도레이첨단소재는 2013년 해외 생산 거점을 새만금산업단지에 짓기로 결정했다. 당시 새만금산업단지에는 OCI 한 곳만 진출해 있었다. 도레이가 허허벌판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새만금이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효섭 도레이 군산공장 공장장은 “한·중 FTA 체결로 6.5%였던 관세가 매년 1.3%씩 낮아져 2019년에는 완전 철폐된다”며 “이런 관세 혜택에다 새만금이 중국과 최단 거리에 있어 물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만금에 공장을 세우게 됐다”라고 말했다.

새만금산업단지의 차별화된 경쟁력 중 하나가 바로 국내 유일의 ‘한·중 FTA 산업단지’라는 점이다. 새만금은 중국 진출을 원하는 국내 및 글로벌 기업과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신규 시장 개척을 원하는 중국 기업 등에 가장 매력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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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산업단지에 있는 솔베이 공장./C영상미디어 임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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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족한 인프라는 단점이다. 대중국 무역의 전진기지가 되려면 항만, 공항, 철도 등의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 특히 한·중 FTA의 전진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주변 항만에 9만t급 이상의 배가 드나들어야 하는데 새만금신항만은 2020년 완공된다.

철도도 KTX를 이용하려면 전북 익산까지 가야 하고, 공항은 2021년 이후로 시기만 잡아놓았을 뿐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외국 기업은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마혁 솔베이 실리카 이사는 “새만금에선 대중교통 이용도 쉽지 않다”며 “인프라를 개선하면 많은 기업이 새만금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 PLUS POINT
새만금 르포
허허벌판 새만금 밝히는 입주기업들 “미래 밝다”
국내 업체에도 토지 장기임대·稅 감면 혜택 예정
지난 5월 23일 오전 전북 군산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북동쪽 구역. 총길이 33.9km에 달하는 새만금 방조제가 이곳에서 시작된다. 토지 291㎢와 담수호 118㎢를 합쳐 409㎢라는 새로운 국토가 만들어지는 현장이다. 22조원 사업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지만, 아직은 바다와 공사 현장밖에 없는 허허벌판뿐이다. 현재 조성률이 전체 매립용지(291㎢)의 35%에 그치기 때문이다. 도로도 다 깔리지 않았다.

허허벌판 속에 유일하게 눈에 들어온 것은 우뚝 솟은 공장들이었다. 차를 달려 가까이 가보니 ‘도레이 첨단소재’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인근에는 벨기에 화학사 솔베이, 국내 파이프·배관제조 업체 ECS가 입주했고, OCI 열병합발전소도 들어서 있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이 공장들이 새만금을 ‘살아있는 땅’이라고 느끼게 해줬다.

도레이는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첫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도레이는 지난해 7월 19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고부가 플라스틱 소재(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 생산공장을 이곳에 지었다. 도레이는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 소재기업이다. 도레이는 당초 이 공장을 동남아에 지을 계획이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끈질긴 구애에 마음을 돌렸다.

도레이 군산공장을 총괄하고 있는 이효섭 상무(공장장)는 “공장 입지 선정 당시 다른 국가들도 염두에 두고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와 전라북도, 새만금 개발청 등 관계기관들의 적극적 협력과 지원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솔베이 관계자도 “세제 혜택과 외국인 투자에 따른 현금 지원 등의 혜택을 받았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유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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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투자를 결정해 입주한 도레이첨단소재./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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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도레이·벨기에 솔베이 ‘다양한 혜택에 입주’

해외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는 새만금의 지리적 이점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한몫 했다. 한·중 FTA 체결로 6.5%였던 관세가 매년 1.3%씩 낮아져 2019년에는 완전 철폐되는데, 중국과 가까운 새만금에서 수출하면 물류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 중인 새만금 신항은 중국과 거리가 국내 어느 항보다 가깝다. 중국 롄윈강항과의 거리는 580㎞로 부산항(906㎞)ㆍ광양향(767㎞)보다 훨씬 짧다. 비행기로는 산둥반도까지 40분이면 갈 수 있다. 이 상무는 “새만금은 지리적으로 한·중·일 3국의 중심에 위치해 비즈니스 허브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새만금의 미래는 밝다”고 했다. 도레이는 이 공장 옆에 PPS 공장을 하나 더 늘리는 등 2020년까지 1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1991년 첫 삽을 뜬 지 26년이 흘렀지만 새만금에는 많은 기업들이 입주해 있지 않다. 2009년 이후 새만금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81개사(社)였으나, 이 중 삼성·LG 등 대기업을 포함한 21곳이 계획을 철회했다. 항만·고속도로 등 더딘 인프라 건설과 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기업들은 투자를 망설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기업에만 주어졌던 토지 장기(최장 100년) 임대, 법인세 감면 등 혜택을 국내 기업에도 제공하는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번 달부터 시행된다. 국내 기업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프라 공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단지 지역을 동서로 가르는 중심도로는 2020년, 중국 항로로 이어지는 항구는 2030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며, 공항과 철도는 정부 예비타당성 심사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입주기업들은 아직 행정·민원 서비스 등을 ‘원스톱’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솔베이 마혁 이사는 “정부 기관과 입주 기업들 간의 소통 채널이 일원화 돼 있지 않아 일 처리가 다소 복잡할 때가 있다”고 했다. 도레이 이효섭 상무도 “입주 기업들과 정부와 지자체간 좀 더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시형 부장대우;김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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