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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비즈 르포] 늦바람 탄 서부이촌동…"다세대 지분 3.3㎡당 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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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매수세가 무서울 정도에요. 이 지역 아파트들은 최근 한 달 사이에만 2000만~3000만원씩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용산 국제업무지구(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이 지난 2013년 무산된 이후 주저앉았던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지역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다시 추진될 기미를 보여 낙후된 일대가 정비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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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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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년도 안 돼 아파트값 수천만원 올라

용산역 앞쪽인 한강로 일대는 국제빌딩과 용산역 전면 구역들이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마천루들이 하루가 다르게 솟고 있고, 아파트가 밀집한 동부이촌동엔 지난해부터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어 날이 갈수록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서부이촌동은 이런 호재에서 비껴나면서 그동안 소외됐었다.

그러다 서울시가 올해 2월부터 국제업무지구 재추진 방안을 포함한 용산의 전반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용산 광역중심 미래비전’ 용역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최근 코레일도 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역인 철도정비창 부지의 기본구상안과 타당성 용역 결과를 시에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길 하나를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서부이촌동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29일 서부이촌동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림·성원(북한강)·동원아파트뿐 아니라 중산시범·이촌시범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저가 매물이 사라졌고, 평균 호가가 지난해 말보다 수천만원씩 올랐다. 중산시범 전용면적 49㎡의 경우 4억원 전후로 매물이 나와 있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원 정도 올랐다.

서부이촌동 거성공인 신현구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문의가 잠잠했는데, 올해 봄부터 외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져 매물이 부족하다”면서 “중산시범이나 이촌시범 등이 국제업무지구와 분리개발돼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지만, 워낙 오래된 아파트인 데다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여기에 영향을 받아 정비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서부이촌동은 국제업무지구 사업 추진 당시 철도정비창 부지와 함께 통합개발되기로 했지만, 사업이 무산된 이후 서울시가 지난 2015년 중산시범·이촌시범·미도연립 등 재건축 대상지를 3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누어 분리개발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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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이촌1구역.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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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한 곳인 서부이촌동 단독주택지 이촌1구역에도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구역의 70%를 차지하는 13㎡짜리 다세대 지분의 경우 3.3㎡당 1억원을 호가해, 지난해보다 3.3㎡당 3000만원 정도 올랐다. 대지면적 99~132㎡ 사이 단독주택도 1년 전보다 호가가 2배로 뛰면서 지금은 3.3㎡당 5000만~6000만원선을 오간다.

서부이촌동 용산365 공인 관계자는 “통합개발이든 분리개발이든 국제업무지구 재추진이 서부이촌동 정비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재개되면 주변 재건축 사업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재건축 단지 사업성 따져야

현지 중개업계와 전문가들은 투자에 앞서 따져봐야 할 점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무산된 이후 철도정비창 토지 소유권 등을 두고 벌어진 시행사인 드림허브PFV와 코레일 간 소송전이 아직도 끊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소유권 반환 소송의 경우 코레일이 1심에서 승소했고, 시행사가 항소해 지금까지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현재로선 서부이촌동과 개발이 별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서부이촌동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이 좋은 편이 아닌 데다, 중산시범과 이촌시범의 경우 시유지라 토지 매입 비용이 추가로 들어 사업이 가시화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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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이촌시범아파트. /이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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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중산시범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들은 대림아파트와 성원아파트에 가려 아파트로 지어져도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시유지 변수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업기간과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부이촌동 H공인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지만 정작 주민들은 한 번 무산됐던 사업인 만큼 피로감이 쌓여 있어 개발 관련 소식들을 신중하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이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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