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비즈 칼럼] 수출마케팅만 지원한다고 중기 글로벌화 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어느 때보다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중기벤처기업부 신설, 중소기업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중소기업’이란 단어는 새 정부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저성장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서 중소기업이 중요한 해법임은 분명하다. 다만 중소기업의 지원 방법은 정치와 조직 논리가 아닌 기업의 가치창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세계 무역에서 단순 상품거래는 미미하다. 반면 교역의 80%는 다국적기업이 부품조달·제조·유통·물류 등 가치창출을 위해 구축한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수출마케팅 중심의 중소기업 글로벌화는 글로벌 비즈니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다국적기업의 GVC 전략은 무역,해외직접투자, 비자본 참여방식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은 이런 방식을 융통성 있게 선택, 운영하고 있다. 한 가지 수단이 규제 등으로 제한되면 다른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례로,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로 대미 수출이 어렵게 되면 현지 투자 생산이라는 전략적 수단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에서 외국인 투자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이 0.37%에 불과하지만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 22.6%와 56.9%에 달한다. 이는 외투기업들이 싱가포르와 홍콩 지역을 플랫폼으로 삼아 제3국으로 재수출 또는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국적기업과 연계된 중소기업은 새로운 이윤 창출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처럼 GVC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수출마케팅 지원이 중소기업 글로벌화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GVC 관점에서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위한 다양한 옵션을 마련해 주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무역·투자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원스톱 지원 시스템과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도 중소기업 전담부처가 수출지원 기능을 총괄하지 않고, 실물경제 총괄부처에서 산업·무역·투자 등의 종합적인 기능을 강화하며 정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일부에서 중소기업 수출 마케팅 지원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 전담부처로 수출지원기관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OTRA는 수출 마케팅 이외에 투자와 통상 등을 종합 지원하는 국가 무역·투자 플랫폼이다. 기업의 글로벌 전략도 과거의 수출 위주에서 벗어나 무역·투자 등 다양한 역할을 포함한 GVC의 관점으로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의 조직 개편 과정에서는 이런 점들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국가 경제의 큰 틀에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진지한 검토가 요구된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