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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란 개혁파 '전성시대'…대선·총선·지방선거 모두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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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미 정부 이후 17년 만에 개혁파 주도 정국

연합뉴스

로하니 대통령의 지지자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개혁파가 지난해와 올해 전국 단위 선거에서 모두 보수파를 압도하면서 '전성시대'를 열었다.

비록 보수적 최고지도자가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신정일치 통치 체제이지만, 각급 선거에서 표출된 이란 국민의 개혁·개방에 대한 요구는 이란 사회의 '통제된 변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달 19일(현지시간) 제12대 대통령 선거에선 중도·개혁파의 일방적 지지를 받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57%를 득표해 강경 보수 후보 에브라힘 라이시(38%)에 압승했다.

2013년 취임한 로하니 대통령이 성사한 서방과의 핵합의를 비롯해 국제사회와 교류, 인권 신장 등이 대선을 통해 국민에게 비준받은 셈이다.

같은 날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개혁파가 주요 도시에서 승리했다.

의석이 가장 많은 수도 테헤란에서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는 개혁파 정파 '리스테 오미드'(희망의 명단)가 21석을 모두 석권했다. 이란에서 시의회 의원 직선제가 도입된 1999년 이래 개혁파가 테헤란 의회의 다수가 된 것은 2003년 이후 14년 만이며 전 의석을 '싹쓸이' 한 것은 처음이다.

이란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도 리스테 오미드 소속 후보가 15석을 모두 차지했다. 마슈하드는 시아파의 성지 도시로 종교적 색채가 강한 보수 지역인데도 이런 '이변'이 일어났다.

마슈하드는 로하니 대통령과 경쟁했던 라이시 후보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스파한도 개혁파가 시의회 의원 15석을 모두 휩쓸었다.

인구를 기준으로 이란 10대 도시 가운데 '성직자의 도시'인 콤(보수파 13석 중 12석)을 제외하고 9개 시의회에서 개혁파가 보수파를 앞질렀다.

이들 10개 도시 시의회 의석 125석 중 개혁파는 109석을 차지하는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시의회는 시장을 선출할 권한이 있어 이란 주요 도시에서 개혁 성향의 시장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2월 실시된 중앙의회(마즐리스) 선거에서도 리스테 오미드가 290석 가운데 119석을 차지해 보수 정파(84)에 우세했다.

이란 의회 총선에서 중도·개혁파가 다수가 된 것은 2000년 이후 16년 만이었다.

서방과 같은 삼권 분립 체계는 아니지만 개혁파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 정권(1997∼2005년) 때도 행정부와 입법부가 모두 개혁 성향이었다.

하타미 대통령의 임기 중이던 2000년 총선에서 개혁파가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가져갔다.

이후 개혁파 주도의 정국은 4년 만에 끝나고 2004년 총선과 2005년 대선에서 보수파가 압승해 하타미 정권의 친서방 개혁 드라이브가 미완으로 끝났다.

연합뉴스

로하니 대통령(좌)와 하타미 전 대통령의 대형 현수막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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