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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에르도안 집권당 당수까지…'술탄 등극' 거의 마무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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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P 특별전당대회 선출…'대통령 당적 허용' 개헌 결과

입법·행정·사법·군부 장악…"국가비상사태 계속된다" 확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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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에르도안 "국가비상사태 계속될 것"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1일 앙카라에서 열린 '정의개발당'(AKP) 특별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집권당 당수직까지 틀어쥐며 '술탄'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터키 여당 '정의개발당'(AKP)은 21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특별전당대회를 열어 에르도안 대통령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이로써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4년 대통령에 취임하며 당적을 상실한 후 약 3년 만에 당수 지위를 되찾았다.

터키는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대통령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개헌으로 이 조항을 삭제했다.

지난달 가결된 개헌 국민투표에 따라 터키의 정치권력구조가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하면서 대통령도 당적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민투표 결과가 확정되자마자 당적을 회복했고 이날 개헌의 목표 가운데 하나인 당수직을 손에 넣었다.

그는 비날리 이을드름 총리가 명목상의 당 대표를 맡은 동안에도 사실상 당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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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특별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돼 명실상부한 당의 최고 실력자로 거듭났을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대중 지지를 집권당에 이전할 채비를 마쳤다.

이로써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실상 견제세력을 거의 모두 배척해 권력을 통합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대통령이자 집권당수로서 입법, 행정권을 장악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미 칙령을 헌법보다도 우선시하는 국가비상사태 선언으로 사법부를 무력화했다.

그는 작년 쿠데타 후 배후세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숙청을 가하면서 입법, 행정, 사법에 이은 제4의 분권 견제세력으로 불리던 군부도 제압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당대표직에 오르며 국가비상사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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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술탄 대통령 개헌' 이어 집권당 당수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부부가 21일 앙카라에서 열린 '정의개발당'(AKP) 특별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작년에 국가전복 모의로 249명이 순국했고 2천193명이 다쳤다"면서 "어떻게 감히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하라 요구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통령 중심제 개헌 성공에 이어 집권당 대표자리까지 거머쥠에 따라 터키의 권위주의 국가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개헌 성공으로 2030년대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이번에 집권당 대표직을 발판으로 내각을 개편하고, AKP를 공격적인 선거전 태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개헌 국민투표에서 찬성 51.3%, 반대 48.7%로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 제3의 도시 이즈미르 등 3개 대도시에서 모두 패배한 바 있다.

전직 AKP 의원이자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 연구원인 수아트 키니클리오글루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제 전통적 관점에서 AKP를 논하는 것은 어려워졌다"며 "이제 AKP는 (에르도안) 개인의 취향이 지배하는 조직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AKP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압둘라 귈 전 대통령이 2001년 창당했다.

중도우파 또는 우파로 분류되는 AKP는 보수주의와 이슬람주의를 내걸고 대중주의 정책을 펼쳐 서민층에서 굳건한 지지기반을 구축했다.

에르도안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당을 이끌며 2002년 이래 모든 총선에서 내리 승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일 당적 회복 후 "나는 오늘 내 집, 내 사랑, 내 열정에 돌아왔다"며 "(돌아오려는) 갈망은 979일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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