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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1020 女패션 `인스타` 앞서 하루 60만 방문·650店 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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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s 스타트업 34 스타일쉐어 ◆

매일경제

윤자영 대표(앞)가 직원들과 함께 스타일쉐어 앱을 소개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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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쉐어'는 멋 부릴 줄 아는 1020세대 젊은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패션과 뷰티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인데,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스타그램'보다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무려 1조원이나 주고 인수한 사진 공유 앱이다).

인기 비결은 늘씬한 전문 모델의 화려함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참신한 옷 맵시와 뷰티 꿀팁에 있다. 게시물을 올리기만 하면 수천 개씩 추천(하트)을 받는 이용자 '라푼젤'의 코디법이 그런 경우다. 스타일쉐어 관계자는 "10대들이 좋아하는 '어커버' '오아이오아이' 같은 브랜드에 온라인쇼핑몰 상품을 매칭시킨 코디"라며 "인기 아이돌 태연의 사복 패션을 좋은 가성비로 따라 할 수 있어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창업자 윤자영 대표(29)가 처음 앱을 선보인 게 2011년이니, 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6년이 넘었다.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 많은 공학도였던 그는 전공 수업보다 디자인경영학회 활동에 더 열중했다. 그때부터 이미 마음 한구석에 '창업'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기회는 2010년 대학 4학년 때 왔다. 전자결제업체 이니시스의 권도균 대표 교내 특강을 듣고 다짜고짜 그를 찾아갔다. 윤 대표는 "강연을 마친 권 대표에게 '2년간 준비했다'며 사업계획서를 내밀었는데,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말을 듣고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권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투자사 프라이머에 정식으로 투자제안서를 보내라고 했다. 며칠 뒤 다시 만난 자리엔 권 대표와 함께 이택경 다음 공동창업자도 있었다. 두 사람은 윤 대표 사업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2000만원 투자를 결정했다.

이듬해 1월 윤 대표는 학회, 대학의 선후배 6명과 함께 앱 개발을 시작했다. 9월 아이폰용 앱을 내놓았는데, 매월 10% 넘게 이용자가 늘었다. 성공적 데뷔였다. 투자자들이 추가 투자를 제안했다. 물론 모든 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멤버 대부분이 학생 신분인 게 문제였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동료들은 '이 일이 나의 밥벌이가 되는가'를 고민했다. 결국 멤버 7명 중 5명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거나 취업을 택하며 회사를 떠났다. 윤 대표는 "하루아침에 텅 빈 사무실을 보니 '이렇게 순식간에 망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좌절감에 빠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더 이상 회사를 이끌어갈 자신이 없었다. 초기 투자자 중 한 사람인 이재웅 다음 창업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이 창업자는 "스타일쉐어 전망은 밝다. 사람이 없다면 내가 직접 소개시켜 주겠다"며 윤 대표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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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다시 주먹을 쥐었고 이재웅 창업자 말은 사실이 됐다. 스타일쉐어는 2013년 누적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하며 확고한 입지를 만들어갔다. 그해 오프라인 행사로 '마켓페스트'라는 벼룩시장을 열었는데, 1만명 넘는 사람들이 몰려 인기를 실감했다. 마켓페스트는 스타일쉐어 대표적 연례 행사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G마켓,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도 기업 부스와 스폰서로 참여했다. 윤 대표는 "이틀간 2000만원 넘게 버는 개인 판매자도 봤다"고 말했다. 스타일쉐어가 인기를 끌자 비슷한 서비스도 속속 등장했다. 대기업인 LG유플러스, SK플래닛 등에 이어 국내 인터넷 1위 네이버도 '워너비'라는 앱을 내놓으며 스타일쉐어를 위협했다. 윤 대표는 "많은 도전자들이 있었지만 우리 이용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며 "대기업들 앱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스타일쉐어를 매일 찾는 방문자는 60만명이 넘는다. 지난해부터 광고도 유치하고, 쇼핑 중계를 시작하면서 수익화도 본격화했다. 65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월거래액은 15억원이 넘는다. 윤 대표는 "소셜 서비스에서 중요한 게 재방문 비율인데 스타일쉐어는 8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첫 투자사 프라이머는 스타일쉐어 기업가치를 400억원 정도로 평가한다.

스타일쉐어는 올여름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인다. 10대 이용자에게는 10대가 좋아할 만한 브랜드를, 30대에겐 30대 맞춤 페이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윤 대표는 "구매력 있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여성을 이용자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놀이터면서 장터가 되는 패션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며 "오랫동안 스타일쉐어를 이용한 학생이 최근 자신의 쇼핑몰을 차려 입점한 게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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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평가

스타트업 전문 심사역들은 "커뮤니티 중심으로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패션 공유 플랫폼"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업성과 확장성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다. 기업은행 심사역은 "오로지 구매가 목적인 일반 쇼핑몰에 비해 패션 정보 습득에서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갖고 있다"고 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도 "파트너십이나 컬래버레이션 제품 출시 등 브랜드 구축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팀 구성도 강점이다. KEB하나은행 심사역은 "핵심 역량인 웹, 앱 서비스, 사용자경험(UX) 기획과 디자인 역량을 보유한 인력 수급이 국내에 원활한 수준"이라고 했다. 케이큐브벤처스 심사역도 "다음 테크리드 출신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각자 영역에서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쌓은 팀이 인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플랫폼 입지를 단단히 하기 위한 마케팅, 커뮤니티 유지 전략을 주문했다. KEB하나은행 심사역은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맞는 빅데이터·디지털마케팅 전문가 등 인력 보강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케이큐브벤처스 심사역은 " 서비스 핵심은 여전히 커뮤니티"라면서 "수익모델이나 새로운 기능 추가 때 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오찬종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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