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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청산·제도개혁…청와대, ‘검찰개혁’ 방아쇠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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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돈봉투 감찰 이틀 만에 파격인사

우병우 라인 등 정치검사 청산 ‘속도’

서울중앙지검장 검사장급 환원

검사장 수 줄여 권한 ‘제자리에’



청와대가 검찰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조국 민정수석의 기용, ‘정윤회 문건’ 진상조사 등에 이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을 고검으로 내려보내면서 검찰 내부의 인적 청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인적 청산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의 제도개혁, 두 가지 경로로 숨가쁘게 전개될 전망이다.

‘돈봉투 만찬’ 당사자인 이영렬 지검장과 안태근 국장이 사표를 제출했을 때만 해도 검찰 안팎에서 직무배제가 아닌 후속 인사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등 수뇌부 라인업이 확정된 뒤에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우병우 라인’으로 알려진 이영렬·안태근 두 사람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새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임명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시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기용한 이유로 “국정농단 사건의 공소유지와 ‘수사’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미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유죄를 받아내는 공소유지 외에 ‘수사’를 언급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특검 수사 만료 뒤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태근 검찰국장의 1천여차례 통화 경위 등을 밝히는 재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재수사를 통해 수사정보 유출 등 박근혜 정권과 검찰의 부당한 유착이 드러난다면 인적 청산의 강도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단행하면서 2005년에 고검장급으로 올라갔던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다시 ‘격하’시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총장 후보군이 되는 고검장급으로 격상되면서 검찰총장이 되려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에서는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한상대 서울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기용돼 각종 권력형 비리를 적정선에서 처리하고 정권 말기인 2011년 8월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사례가 있다.

검사장급으로 환원된 새 서울중앙지검장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장이자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인 윤석열 검사를 기용한 것도 검찰 내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 정권의 ‘역린’을 건드려 지방 고검을 전전해야 했던 윤 검사를 발탁함으로써, 올바르게 수사하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전국 검사들에게 전파했다는 게 검찰 내부의 얘기다.

검찰 수사의 핵심 기관인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수를 연수원 18기(이영렬)에서 23기(윤석열)로 확 낮춘 것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하는 신호다. 당장 서울중앙지검장을 보좌해야 하는 노승권 1차장(연수원 21기)은 ‘돈봉투 만찬’ 참석자인데다 윤석열 지검장보다 사법시험 선배다. 이정회 2차장(연수원 23기), 이동열 3차장(22기)도 윤 지검장과 동기이거나 선배이기 때문에 후속 인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기용은 검사장 수를 줄이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는 ‘직급 인플레이션’이 생긴 검찰의 권한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사장·고검장 수는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54자리로 정점을 찍었지만 ‘검사장 수 축소’를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뒤 43자리로까지 줄였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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