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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블랙리스트' 재판서 박준우 전 수석 수첩 공개…"박 전 대통령, 'MB 때 한 일 없어 문화계 권력 되찾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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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박준우(64)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망록이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4일 열린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박 전 수석은 자신이 2013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대통령 주재 회의와 비서실장 주재 회의 내용을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이 제시한 수첩에는 ‘좌편향 문화·예술계 문제’ ‘종북 세력 15년간 장악’, ‘비정상의 정상화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 등의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박 전 수석은 “(김 전 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나라가 많이 좌편향돼 있다고 했다. 대통령을 조롱하고 정부를 비방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하는 영화나 연극에 대해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3년 9월9일에 기재된 내용에는 ‘천안함(영화) 메가박스 상영문제. 종북세력 지원의도. 제작자 펀드 제공자 용서 안 돼.’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검팀이 “김 전 실장이 회의에서 그렇게 말한 것이냐”고 묻자 박 전 수석은 “그렇게 기록돼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달 11일자로 적힌 ‘대통령 대신해 각 부처 통할, 비서가 악역을 해야, 종북·좌파 쓸어내야’라는 글에 대해서는 “수석비서관들이 (종북 좌파에 대한 조치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 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도 공개됐다. 특검팀이 2013년 12월 19일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들과 송년 만찬을 가진 날 적힌 ‘MB(이명박 전 대통령) 때 한 일 없어. 문화계 권력 되찾아야’라는 수첩 내용을 제시하며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적은 것이냐”고 묻자 박 전 수석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좌파가 가진 문화계 권력을 되찾아야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좌파 척결을 한 일이 없어 나라가 비정상이 됐다고 개탄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박 전 수석은 조 전 장관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한 과정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박 전 수석의 후임이었던 조 전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고,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말해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수석은 “당시 세월호 상황, 공무원연금 개혁, 4대악 척결, 보조금 배제 TF(업무팀) 등에 대해 설명을 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이 ‘이런 일도 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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