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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한겨레 사설] ‘여론조사기관 폐쇄하겠다’는 홍준표 후보의 겁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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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며 집권하면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겁박했다. 여론조사기관 한두 곳은 반드시 없애버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사 결과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민간 사기업의 문을 닫게 하겠다니, 제2당의 대통령 후보가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우선, 최근 여론조사에 대한 불만 자체가 너무나 뜬금없고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는 “어제부터 양자 구도(문재인-홍준표)로 갔는데 여론조사기관은 모 후보의 집권을 돕기 위해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대선 관련 여론 조작이 있다면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여서 ‘카더라’ 식으로 불쑥 던져놓고 빠질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홍 후보는 여론 조작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어떤 자료나 정황 증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양자 구도로 올라섰다는 주장도 매우 억지스럽다. 근거라고 내놓은 것이 ‘우리가 내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정서’일 뿐이다. 객관적 수치나 데이터도 없이 그저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양자 구도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여론 조작이요, 흑색선전에 가깝다.

대통령이 돼서 여론조사기관을 없애버리겠다는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있는 발언이 아니다. 법치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도 거리가 먼 독재적 발상이다. 만에 하나 여론 조작이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법 절차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다. 기분 나쁘다고 민간 사기업을 없애버리겠다니 어디 무서워서 기업 하겠는가. 홍 후보는 “집권하면 경남지사 때 했던 방식대로 이 회사는 반드시 응징하겠다”며 진주의료원 폐쇄 사실을 넌지시 거론하기도 했다. 민간기업 폐쇄는 정부가 함부로 할 수도 없지만 대통령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입에도 올려서는 안 될 섬뜩한 발상이다.

홍 후보의 의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수층을 결집해 지지율을 끌어올리자는 셈법일 것이다. 색깔론, 지역주의, 성차별 발언을 이어가며 쉴 새 없이 막말을 토해냈지만 그의 지지율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올라간 것도 사실이다. 기세가 오른 그는 유세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에게 “에라, 이 도둑놈의 새끼들이 말이야”라며 욕설까지 내뱉었다. 이미 갈 데까지 간 홍 후보의 막말이 더욱 험악해질 것으로 예상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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