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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트럼프 '한미FTA 재협상' 선언..."예의주시"만 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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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환 장관 회의..구체적 대책발표 無

3월 산업부 "美 만나 한미FTA 인식 공유"

4월 강경해진 美 "개선"→"재협상·종료"

전문가 "예의주시 넘어서 적절한 대응해야"

이데일리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선언과 관련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협상 압박은 거세지는데 구체적인 후속대책은 밝히지 않아 시장에 불안을 주는 통상 리스크가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한미 FTA에 관한 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 대안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왔다”며 “대비해 온 만큼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FTA의 상호 호혜적인 성과와 충실한 이행 등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설명·협의하면서 철저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산업부는 오후 3시에 이인호 통상차관보 주재로 관계부처 참석한 가운데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후 오후 4시에는 주형환 장관 주재로 우태희 2차관, 통상담당 실·국장 등이 참여해 부내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정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 미국 측이 공식적인 사전 통보도 없이 한미 FTA 재협상 입장을 미국 언론에 우선 발표한 셈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취지, 배경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이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그동안 정부는 FTA 재협상 가능성을 낮게 봤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미국을 방문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같은달 16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미국 상무장관을 비롯해 신 행정부나 의회의 주요 인사를 만나 한미 FTA가 그동안 상호 호혜적이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고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측 반응은 점점 강경해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한미FTA를 재검토해서 개선하겠다(to be reviewed and reformed)”고 말했다. 미국 고위당직자가 한미 FTA를 찍어 ‘개선’을 언급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산업부 관계자는 “재협상과 무관한 의미로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한 협상(terrible deal)”이라며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renegotiate that deal or terminate it)”이라고 밝혔다. 대선 과정에서 한미 FTA를 놓고 ‘일자리 킬러(killer)’라고 밝힌 인식을 재확인한 셈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재협상 시나리오를 점검해 실질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한미 FTA 변화가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입 관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한미 FTA 파기 △원산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뒤 FTA 존치 △물품취급 수수료를 부활시켜 한미 FTA 부분 개정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에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외교통상부에 있던) 통상 부분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떼놓은 것은 잘못됐다”며 “통상 부문은 다시 외교부로 맡기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는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둬 통상 현안을 챙겼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아래 실장급으로 통상차관보 자리를 둬 과거보다 위상이 격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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