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해방구’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한겨레] 58개국 229편 상영 역대 최대규모

헝가리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몸과 영혼’이 개막작

새달 6일까지 열흘간…페퍼톤스 등 콘서트도 열려

2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돔에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전주/최성열 ＜씨네21＞기자 youl@cine21.com

“이제 영화 표현의 해방구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27일 저녁 7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전북 전주시 전주돔에서 시작되었다. 조직위원장인 김승수 전주시장은 개회사에서 ‘대안과 독립’이라는 가치를 지키고, 영화 프로그래밍에 어떠한 검열의 잣대도 대지 않았던 역사를 언급했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몸과 영혼>. 영화제 제공

6일까지 10일 동안 이어지는 영화제는 역대 최대 규모로, 58개국 229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개막작은 헝가리 여성 감독 일디코 에네디의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몸과 영혼>이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서로 상관없이 살던 두 남녀가 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는 여정을 그렸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에네디 감독은 개막식 전 기자간담회에서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은 개인들이 무의식 세계에서 연결된다고 했는데, 영화의 주제도 이와 비슷하다. 모든 믿음, 문화, 정치, 관습이 다르지만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김영진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빠른 속도감의 영화 속에서 잊혀진 듯한 영화적 호흡을 예시해주는 작품으로 대안의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영감을 준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27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전주돔. 야외상영관에 텐트를 씌워 날씨에 상관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개막식이 열린 전주돔은 야외상영장을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텐트를 씌워 돔을 만들어 날씨에 상관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이곳에서는 영화 상영 뒤 콘서트도 패키지로 열린다. 페퍼톤스, 솔루션스, 멜로망스, 치즈, 디에이드, 오왠 등이 무대에 선다. 특히 다큐멘터리 <리베라시옹 데이>를 상영하는 다음달 1일에는 영화의 주인공 라이바흐 밴드가 공연을 펼친다. 사회주의 정권 시절 유고슬라비아에서 결성된 라이바흐는 유럽 록밴드로는 최초로 2015년 북한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리베라시옹 데이>는 그 방문기다. 라이바흐가 북한 당국의 검열에 맞서는 힘겨운 협상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5월의 징검다리 황금휴일에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예매 시작 당일 매진된 작품이 80회차에 이른다. 예년에 비해 두 배가량 많다.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이 예매 시작 5초 만에 매진되었고,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옮긴 리테시 바트라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한국에서 8일 개봉 예정인 다르덴 형제의 <언노운 걸>도 매진 행렬에 합류했다. 배우 이완 맥그리거와 로버트 칼라일, 감독 대니 보일이 <트레인스포팅> 이후 20년 만에 다시 의기투합한 도 심야상영 2회를 포함해 모든 회차가 매진되었다. 영화제 쪽은 “매진된 작품이라도 현장 판매용으로 남겨둔 좌석을 상영당일 구매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한 27일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풍경. 구둘래 기자

한편, 이날 개막식에는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 특별전을 계기로 복원 상영되는 <비구니>의 주연배우 김지미가 등장해 오랜만에 대중들에게 인사했다.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하지원과 단편경쟁 심사위원인 정은채, 이날 오후 전주에서 열린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협회 시나리오 작가상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자 박해일·수애·오달수, 최근 개봉한 <보통사람>에서 열연한 장혁, 영화배우 송재호, 오광록, 남규리, 개그우먼 박경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지영 감독, 부위원장 배우 장미희 등이 개막식 전 레드카펫을 걸었다. 이상용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박혜진 아나운서가 개막식 사회를 보았다. 사회자로 예정됐던 에두아르 바에르 배우 겸 감독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전주/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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