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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상하리만치 향기롭고 관능적인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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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아프로디테
이사벨 아옌데 지음, 정창 옮김/영림카디널·1만7000원


대지의 흥분제인 ‘음식 최음제’ 목록의 끝판 격. 칠레 출신의 세계적인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75)가 “음식을 관능적으로 다루는 요령과 그것이 사랑을 나누는 데 미치는 효과”를 산문집 <아프로디테>에 풀어놓았다. 후회와 다짐으로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세로쓰기로 된 책 읽는 줄 알았다. 급기야 430여쪽으로 살짝 두툼한 데다 표지 색감조차 노릇한 이 책은 성 담론과 음식 에세이를 섞어 맛깔나게 구운 빵처럼 보인다. (“숨소리를 내며 부풀어 오르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온기와 향기”를 뿜는 빵은 최음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술적 리얼리즘과 페미니즘을 결합한 소설로 유명한 그의 최음제는 남성 우위 사회에서 발달한 그것과 다르다. 허브·향신료·채소·술·빵·해산물·치즈 같은 음식부터 향기·꽃·취향과 “이상하리만치 자극적”인 신중한 매너까지. 지은이는 초점을 “생식기보다 뇌”에 두고 관능의 세계를 안내한다. 그가 꼽는 가장 근사한 최음제는 음식과 이야기다.

직접 실습해 효과를 검증했다는 레시피 145개가 실렸다. 어떤 매혹이 어느 재료에 들었는지 경쾌한 문체로 쓰고 있지만, 그는 모든 음식이 최음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싱싱하고 해롭지 않다면 무엇이든 자극제라는 것. 지은이는 동서양 문학 40여 작품을 관능의 눈으로 읽어준다. “여성에게 최선의 흥분제는 말(이야기)”이고 “여자에게 ‘공감’이란 요소가 없다면 어떤 최음제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물, 웃음, 소설, 영화, 질투, 여행, 판타지, 음악, 춤” 이 모든 감각의 지류가 모여 “섹스와 심장이 하나가 되어” 뛴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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