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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대선후보 배우자도 함께 뛴다] ② 안철수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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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쪼개 강의·지원 병행… ‘낮은 자세 유세’ 유권자에 호감 / 잠시도 쉬지 않고 만나는 사람에 미소 / 끼니도 거른채 복지관서 배식 봉사도 / 安에 ‘호남 사위’ 정치자산 만들어줘 / “남편이 경력단절 위기서 두 번 구해줘 / 워킹맘, 꿋꿋이 버텨 꿈 포기 말아야”

27일 대전 동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눈을 마주치며 미소 띤 인사를 했고, 앉아 있는 사람에겐 꼭 무릎을 굽히고 낮은 눈높이를 유지했다. 한 시간 꼬박 밥을 푸는 배식봉사를 마치고 위생캡을 벗자 짧은 머리가 흥건히 땀에 젖어 있었다.

세계일보

딸도 지원사격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왼쪽)가 딸 설희씨(김 교수 오른쪽)와 함께 27일 대전 동구 다기능노인종합복지관에서 점심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경력단절 위기 두 번 막아준 남편 고마워”


주변인들은 김 교수에게 “(2012년에 비해) 안 후보만큼이나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공부하고 강의하는 일에 익숙한 그가 5년 전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는 ‘정치인 아내’의 길에 뛰어들었다. 배식 봉사 뒤 숨돌릴 시간 없이 다시 복지관 세 개 층을 샅샅이 훑는 그에게 지역 운동원이 ‘밥도 못 드시고 고생이다’고 하자, 김 교수는 미소를 띤 채 고개를 가로젓고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 달라”며 오히려 운동원을 격려했다. 인사 도중 “(1등과) 지지율 차이가 너무 많이 나지 않냐”는 면박을 받자 “그런 건 안 믿으셔도 된다”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정수기를 발견하자 바로 물을 두 컵이나 따라 마시는 모습에서 고단함과 긴장이 느껴졌다.

그는 선거운동 중에도 예정된 강의는 빼놓지 않고 있다. 원래 반대하던 남편의 정치를 돕게 된 직접적 계기는 2012년 대선 후보 사퇴 뒤 안 후보가 힘든 시간을 겪는 걸 보면서였지만, 기본적으로는 고마워서다. 그가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될 뻔한 것을 막은 사람이 안 후보다. 레지던트 때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워 일을 그만두려 했지만, “레지던트라도 끝내고 생각하라”며 안 후보가 막았다. 마흔 나이에 미국 로스쿨 입학 허가서를 받아놓고도 갈 용기를 내지 못할 때 등을 떠민 것도 안 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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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를 ‘호남 사위’ 만들어준 여수댁

김 교수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여수로 이사했다. 덕분에 안 후보는 ‘호남 사위’라는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형제들과 함께 서울 친척집에서 유학을 했다.

안 후보와는 교내 가톨릭학생회 진료봉사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안 후보가 그때부터 ‘아재개그’를 했느냐고 물으니 “처음 만났을 때도 이상한(썰렁한) 농담을 많이 하더라”며 웃었다. 본과 3학년부터 3년간 캠퍼스 커플로 지내다 레지던트 1년차에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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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밝은 사람이었다. 빡빡한 일정 사이 마련된 10여분간 인터뷰에서 그는 처음 다소 굳은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화사한 웃음을 보였고 표정도 다양해졌다. 그는 고군분투하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우리 사회의 젊은 여성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많이 겪지만, 꿋꿋하게 버텨서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젊은 시절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아이를 더 갖고 싶었다고 한다.

‘보좌진 논란’ 뒤 곧바로 사과를 한 이유는 “(스스로) 높은 스탠더드를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감한 주제에도 거리낌없이 더 얘기를 하려는 모습이었지만, 보좌진이 조심스러워했다.

이날 딸 설희씨도 김 교수의 배식 봉사를 도왔다. 맥도날드 커피를 들고 나란히 걷는 모녀는 단발머리부터 키까지 닮은 데가 많았다. 김 교수의 자녀 교육 철학은 “스스로 선택하고, 선택한 것은 반드시 끝을 보도록 하는 것”이다. “안 후보 성격과 비슷하다”고 했더니 “남편과 딸 모두 처음엔 잘 못해도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점이 닮았다”고 했다.

대전=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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