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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건보적자 코앞인데…노인공약에 나랏돈 30조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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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100세 시대 (上) / 대선후보 고령화 대책 들어보니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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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전체 유권자 중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4.1%에 달한다. 노년층 표심 향방이 대선 구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만큼 유력 대선후보 5명은 모두 막대한 재정 투입을 통해 노후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 인상 등 당장 노년층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늘리는 보여주기식 수준의 임시 방편적인 정책이 대부분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빠른 고령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해법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대다수 공약이 건강보험 등 기존 공적 지원 확대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데 정작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노후 의료비 부담 완화 공약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민간 보장성 보험 등 민간 보험 지원책을 통해 국가와 민간이 함께 노인 의료비 문제를 감당하도록 유도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27일 매일경제신문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노인복지와 노인보건의료 공약을 분석한 결과, 5인 모두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만 65세 이상 노년층에게 매달 지급하는 기초연금액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소득·재산에 따라 10만~20만원 등으로 차등 지급되는 기초연금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문재인·심상정 후보다. 문 후보는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유지하면서 현행 차등 지급 제도를 없애고, 지급액을 최대 30만원으로 높여 균등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공적 연금만으로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노년층에게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와 홍 후보는 지급 대상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지급액 최대 30만원까지 인상'을 내걸었다. 유 후보는 소득 하위 50% 이하를 대상으로 연금을 차등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기초연금 인상과 더불어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한 노인 의료비 대책도 대거 내놓았다. 문 후보는 치매 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치매안심병원 설립과 각 지역에 치매지원센터를 확대 설치하는 내용의 '노년 건강증진 사업 확대' 공약을 밝혔다. 안 후보는 틀니와 임플란트 등 노년층 수요는 많지만 비싼 항목에 대해 노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장기요양 치매 대상자 확대와 저렴하고 질 좋은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약에 소요되는 재원은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100% 국가 재정에 의존하고 있다.

매일경제

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급속한 의료비 지출 확대 탓에 건강보험 재원이 당장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되는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지출에서 노인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8.7%에 달했고 2020년에는 절반에 육박하는 45.6%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해 96만원인 건강보험 1인당 급여비가 2025년에는 180만원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현재 21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2023년이 되면 소진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이미 시작된 적자 기조가 심화되면서 2025년에는 적자 규모가 2조2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공약 실현에만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이를 확보할 똑 부러진 방안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심 후보의 '소득과 상관없이 노인 전체에게 월 30만원 기초연금 지급' 공약에만 드는 추가 예산이 20조원에 달한다. 다른 후보들 역시 최소 7조~10조원 가까운 금액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금전적인 도움을 줄 수 없어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같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연간 10조원의 비용이 들 전망이다. 여기에 노인 의료비 경감 대책까지 감안하면 추가로 들어가는 나랏돈은 3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만으로는 이를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별도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주요 후보들이 내놓은 재원 조달 방안에는 법인세 비과세·감면 축소, 탈세 추징 등 소극적인 대책에 머물러 있어 필요한 수준의 재정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시각이다.

김원식 건국대 국제비즈니스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자세보다는 개인 스스로 노후 소득이나 의료비 지출에 대해 대비할 수 있도록 사적 연금과 민영 건강보험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간 보장성 보험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식으로 국민의 보험 가입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줘 자발적인 노후 준비에 일찌감치 나서도록 유도하면 막대한 국가 재정 투입 없이도 노인 의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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