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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佛 루이뷔통 아르노 회장, 디오르 지분 100% 인수… 33년만에 ‘명품 제왕’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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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에르메스’ 인수는 포기

동아일보

아버지의 건축회사를 물려받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사진)은 1984년 프랑스 정부의 권유에 따라 파산 직전에 놓인 크리스티앙디오르의 모기업 ‘부사크’를 인수했다. 이후 루이뷔통 셀린 펜디 지방시 겐조 마크제이컵스 불가리 위블로 등 유명 패션·시계·주류 브랜드 70여 개를 독차지하며 아르노 회장은 ‘명품 황제’로 등극하게 된다. 그의 지인은 “디오르는 아르노의 아기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아르노 회장은 1987년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을 탄생시킨 이후 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명품 시장을 잠식해갔다.

아르노 회장은 25일 디오르 지분 100% 인수를 결정하며 33년 전 시작했던 명품 제왕의 꿈을 완성했다. LVMH는 이날 디오르 지분 25.9%를 121억 유로(약 14조8800억 원)에 사들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존에 디오르 지분을 74.1% 갖고 있던 LVMH가 나머지 지분까지 사들임에 따라 소유하고 있던 화장품·향수 사업뿐 아니라 가방·의류 등을 제조하는 쿠튀르 지분까지 완전하게 가질 수 있게 됐다. 디오르 지분 추가 매입으로 아르노 일가의 LVMH 지분은 36%에서 47%로 늘었다.

아르노 회장은 특히 디오르 인수 대금을 현금과 함께 에르메스 주식 지분으로 낼 예정이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자신의 최대 라이벌인 에르메스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추진했다. 6대째 가업을 잇고 있던 에르메스는 가족들을 모두 모아 소유권 방어에 나섰다. 2011년 에르메스의 파트리크 토마 최고경영자는 “아름다운 여성을 유혹하려 할 때 뒤에서 덮쳐 강간부터 하지는 않는다”며 아르노 회장의 행태를 맹비난한 바 있다. 그랬던 아르노 회장이 라이벌 에르메스 인수에서 철수하고 ‘친정’ 격인 디오르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인수합병 소식이 발표되자 25일 유럽 증시에서 디오르 주가는 11% 폭등했고, LVMH 주가도 3.94% 상승했다. 25일 포브스에 따르면 프랑스 최고 부호인 아르노 회장의 재산은 510억 달러(약 57조6300억 원)로 늘어나 세계 8위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68세인 아르노 회장은 당분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계획이 없다. 그는 프랑스 정치계와도 밀접하다. 1981년 기업에 적대적인 사회당 프랑수아 미테랑 정권이 들어서자 미국으로 잠시 떠나 있기도 했고, 2013년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부유세를 내라고 압박하자 벨기에 국적 취득을 시도하기도 했다.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는 절친한 사이다. 아르노 회장은 24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마크롱이 더 많은 고용, 투자,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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