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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기자칼럼] 비호감 대통령, 더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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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병률 경제부


대선까지 12일 남았다. 선거판은 날로 격화된다. 며칠 남지 않은 선거판에서 가장 먹히는 것은 네거티브 선거전이다. 네거티브는 감성을 가장 잘 자극한다. 각 캠프는 상대 후보의 조그마한 흠결이라도 끄집어내려 혈안이 된다. 일단 한번 도드라진 흠결은 부풀려진 채 마구 뿌려진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들 채용 의혹이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 채용 의혹이 대표적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돼지발정제 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해명해도 일단 프레임에 걸리면 선거 국면에서는 해명이 잘되지 않는다.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걸면 의혹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선거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리고 이를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때 반박할 논지도 많지 않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누가 승자가 되든 당선자의 호감도는 여지없이 깎여버린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의 4월 셋째주(18~20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두 유력주자인 문 후보와 안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는 40%가 넘는다. 호감도(문 후보 53%, 안 후보 52%)와는 고작 10%포인트밖에 차이가 안 난다. 홍 후보는 비호감도가 무려 75%다. 호감도(18%)를 크게 능가한다. 이렇게 미운털이 박혀서는 정권을 잡아도 국정을 힘 있게 밀어붙이기 힘들다. 미운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은 정책도 밉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중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지난해 말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경제전문가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던졌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뭘 했는지 몰라서 평가를 못 내리겠습니다.”

박근혜 정부라고 구호가 없었을까. 창조경제가 있었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있었다. 투자활성화 대책도 쏟아졌다. 문화융성이라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그 실체가 모호한 채로 끝났고, ‘통일대박’을 담았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뜬구름처럼 사라졌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탄력을 받지 못한 데는 범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한 탓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고작 3.5%포인트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35%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믿었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반대여론에 적극적으로 구애해야 했지만 싫어하는 사람과는 말도 섞기 싫은 ‘나쁜 사람’ 알레르기가 있었다. 껄끄러운 사안은 논의를 피하고 힘으로만 밀어붙였다. 성공할 리가 없었다. 증세와 복지 같은 장기과제는 아예 취급도 안 했다. 각 분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갈등사안도 특별히 해결한 게 없다.

박근혜 정부가 허비한 시간만큼 다음 정부는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증세와 복지 같은 큰 주제는 물론이고 보건, 교육, 노동 분야의 세부 난제도 많다. 수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사 정원 확대 문제나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사람을 교사로 채용하는 경력교원 임용은 뜨거운 감자다. 안전·위생·식품 분야의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도입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이런 난제들은 수많은 토론을 통해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비로소 추진될 수 있다. 하지만 비호감도가 높아서는 리더십이 발휘될 수 없다. 김영삼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도입하고, 하나회를 청산할 수 있었던 뒷배경에는 90%를 넘나들던 높은 지지율이 있었다. 반면 지지율이 30%가 되지 못할 때 ‘비전2030’을 제시한 노무현 정부는 ‘계산서를 내놨다 신나게 얻어터지고’는 끝났다.

다음달 9일 밤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나온다. 성공한 대통령을 위해서 대선 이후를 생각하는 고급스러운 선거캠페인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단한 선거전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 후보를 비판하되 과도한 네거티브만 자제하면 된다. 차기 정권은 이미 시작됐다.

<박병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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