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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벌써 승리 도취" 비판여론에 마크롱 '진땀'…佛 대선열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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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진출 자축연에 비판 비등…마크롱 "모든 것 내 책임" 뒤늦게 해명"

"우쭐해 하면 안돼" 경고 이어져…올랑드도 우회 비판

연합뉴스

23일 파리 고급비스트로에서 자축연하는 마크롱
[AF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이 '이미 승리에 도취한 것 같다'는 비판에 휩싸여 진땀을 흘렸다.

극우정당 후보 마린 르펜이 결선진출이 정해지자마자 전열을 가다듬고 공세를 취하는 것과 달리 마크롱이 자신의 승리를 예상하는 여론조사들에 도취해 극우 측과의 싸움을 게을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마크롱이 1차 투표 당일 파리의 한 고급 비스트로에서 자축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프랑스 언론들의 비판보도가 쏟아졌다.

1차 투표가 끝나고 결선진출이 정해진 지난 23일 밤과 24일 새벽 사이 마크롱은 몽파르나스의 고급 비스트로 '라 로톤드'를 거의 통째로 빌려 새벽까지 측근과 선거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자축연을 열었다.

르몽드를 비롯해 많은 프랑스 언론들이 마크롱의 이날 자축연을 지난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기업인들과 함께 샹젤리제의 고급식당 '르 푸케'에서 연 성대한 축하연에 빗대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르몽드는 특히 이 소식을 전하며 "파리를 점령하려고 마음먹었던 유능한 은행가 시절의 습관이 다시 나왔다"고 비꼬았다. 마크롱은 현 정부에서 경제보좌관과 경제장관을 지내기 전에는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서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했다.

마크롱은 새벽 2시에 주점을 나서면서 일부 기자가 사르코지의 2007년 축하연과 비교하며 공격적인 질문을 하자 '즐길 권리가 있다'면서 발끈했다.

그는 "내 비서진과 캠프 관계자들, 경호원, 나와 처음부터 함께해준 작가들을 초청해 이 저녁을 즐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당신들이 인생의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마크롱에게 극우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할 막중한 책임을 줬는데도 벌써부터 고급음식점에서 떠들썩하게 축하연을 연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사회당 서기장(당대표)은 지난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마크롱이) 우쭐해 하고 있다. 끝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오산"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마크롱의 결선진출 확정 후 사회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극우세력의 집권 저지를 위해 마크롱에게 표를 행사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마크롱에 대한 공식 지지입장을 밝히면서 "우리는 심각해져야 한다. 이미 끝난 게임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표는 싸움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고, 결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마크롱을 직접 비판한 것은 아니지만, 마크롱 측이 대선 승리를 성급히 예견하고 느슨해졌다는 것을 올랑드가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급 비스트로에서 자축연을 연 일은 마크롱이 투자은행에서 일한 이력과 그의 '귀공자 이미지' 등과 겹쳐지면서 르펜 측에도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르펜은 "모든 국민이 마크롱이 이미 이긴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여긴다"면서 "유권자와 민주주의 제도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고 맹공격했다.

연합뉴스

프랑스대선 결선서 격돌하는 르펜(왼쪽)과 마크롱
[AFP=연합뉴스]



이렇게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마크롱은 당일 발끈했던 모습을 뒤로하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5일 프랑스2 TV에 출연해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1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선거캠프 식구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을 뿐 호화 자축연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 병원을 방문해 표를 호소하면서는 "아직 쟁취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 2주간 중단없이 투쟁하겠다"며 전의를 다지기도 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이 결선에서 르펜을 최소 60대 40으로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작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등의 전례로 보아 르펜의 막판 뒤집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랑스 유권자들이 르펜이 결선 선거운동을 마크롱보다 더 잘하고 있다고 보는 여론조사결과도 나왔다.

해리스인터랙티브가 25일 1천30명의 유권자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거운동의 시작이 성공적이었다'는 의견은 르펜 쪽이 61%였지만 마크롱 쪽은 48%에 그쳤다.

결선 레이스 초반부터 여론이 악화하자 마크롱은 전열을 가다듬고 26일부터 본격적으로 르펜에 대한 대항전에 나섰다.

이날 그는 아미앵의 월풀 공장을 방문해 공장 노동자들과 면담을 했고, 이후에는 FN의 텃밭인 아라스 지역을 방문해 유세할 계획이다.

아미앵은 마크롱의 고향이기는 하지만, 미국계 가전기업 월풀이 이곳의 공장을 폴란드로 옮기기로 한 뒤부터 FN의 집중 공략 지역이 됐다.

공장 이전 결정이 알려지자마자 FN의 지구당 대표가 매일 같이 공장을 들락거리며 곧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을 접촉하는 등 세 불리기를 시도해왔다.

월풀의 공장 이전으로 290여 명의 월풀 공장 근로자들과 60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일터를 잃게 될 예정이라 아미앵에서는 세계화와 공장의 외국 이전 등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르펜은 25일 새벽 서민들이 주로 찾는 파리 외곽의 농산물 도매시장을 찾아 마크롱의 탈규제와 자유무역에 대한 옹호 입장을 집중 공격하며 서민들의 표심을 파고든 데 이어 26일도 지방유세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마크롱을 '야만적인 세계화론자'로 몰아붙일 예정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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