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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장작 오븐, 손으로 편 반죽, 지름 33㎝… "이게 진짜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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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나폴리 피자장인협회장 마를레타, '원조' 나폴리 피자를 말하다]

물소 젖으로 만든 모차렐라 치즈·로마노 품종 토마토소스·바질로 이탈리아旗 표현한 마르게리타

밀가루에 물·효모 섞은 반죽… 테두리 두께 2㎝, 가운데는 0.3㎝도 구 없이 손으로 둥글게 펴내야

"평생 피자를 만들고 매일 먹었지만 여전히 질리지 않아요. 피자를 사랑합니다."

아돌포 마를레타(66)씨는 피자 탄생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도 손꼽히는 거장(巨匠)이다. "아버지도 '피자이올로(Pizzaiuolo·피자 장인)'였어요. 저는 열 살 때부터 피자집에서 심부름했고 열여덟 살에 정식 피자 장인으로서 일을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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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피자 장인 한국선수권대회’심사위원장을 맡은 피자 장인 아돌포 마를레타씨가 자신이 만든 정통 나폴리 피자를 들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마를레타씨는 나폴리 여러 유명 피자집을 거쳐 현재 일본 나고야 '솔로 피자 나폴레타나'에 소속돼 있다. 나폴리 피자장인협회(APN) 회장을 지낸 마를레타씨는 협회 주관으로 지난 13~14일 서울에서 열린 '나폴리 피자 장인 한국선수권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한국에서 이 대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우승자는 오는 6월 나폴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나폴리 피자는 피자 '원조'라는 사실을 공인받아 2011년 유럽연합(EU)으로부터 '전통특산물보증(TSG)'을 획득했다. 마를레타씨는 나폴리 피자의 엄격한 규칙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가장 곱게 제분했다는 뜻의 '00 밀가루'를 써야 한다. 밀가루 성분이나 함량은 관계없다. 밀가루에 물과 효모를 섞어 발효한 반죽은 밀대나 기계를 사용하면 안 되고 반드시 손으로 둥그렇게 펴야 한다. 지름 규격도 30~33㎝로 정해져 있다.

치즈는 물소 젖인 천연 모차렐라 치즈, 젖소 젖으로 만든 '피오르 디 라테'만 쓴다. 토마토소스 역시 로마노 품종으로 만든 것만 써야 한다. 피자 테두리(크러스트) 두께는 2㎝를 넘어서는 안 되며, 가운데 두께는 0.3㎝ 이하여야 한다. 한 손으로 접어서 들고 먹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피자를 구울 땐 반드시 장작 오븐을 써야 한다.

이런 규정은 마르게리타 피자와 마리나라 피자에만 적용된다. 오늘날 세계인이 먹는 피자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마르게리타는 붉은 토마토소스와 하얀 치즈, 초록색 바질(허브)로 이탈리아 국기를 표현한다. 1889년 국왕의 나폴리 방문을 기념해 피자집 주인 라파엘레 에스포지토가 개발했다고 한다. 마리나라는 마르게리타보다 더 오래된 피자다. 치즈 없이 토마토소스와 오레가노(허브), 올리브오일만 뿌린다. 전 세계 어떤 피자집이든 이 규칙을 따르면 '정통 나폴리 피자집'으로 APN으로부터 인증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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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를레타씨가 마르게리타 피자 만드는 법을 직접 시연했다. 빠르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반죽을 둥글게 편 다음, 토마토소스를 국자에 담아 반죽 가운데부터 바깥쪽 방향으로 6자를 그리면서 발랐다. 모차렐라 치즈를 고르게 놓고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두른 뒤 파르미자노 치즈 가루를 뿌렸다. TV나 영화에서 보듯 반죽을 하늘로 던져 올리지는 않았다. "그건 쇼예요. 그렇게 던져도 찢어지지 않으려면 반죽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하게 만들어야 해요."

마를레타씨가 장작불을 때 섭씨 485도까지 달궈진 오븐에 피자를 넣었다. 피자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테두리에 거무스름한 '표범 무늬'가 나타났다. 그는 나무주걱을 피자 아래로 밀어 넣어 피자 방향을 옆으로 두어 차례 돌려줬다. 90초쯤 지나자 테두리 전체가 균일하게 먹음직스러운 황금빛을 띠었다. 그는 나무주걱으로 피자를 오븐에서 꺼냈다.

마를레타씨는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피자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더니 "맛보라"고 했다. 달콤새콤하고 짭짤하고 구수하고 향기롭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미국식 피자보다 담백하고 부담이 없다. 후후 불어가며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가 "이게 진짜 나폴리 피자"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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